시험발사체 발사 근접 촬영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시험발사체 발사 근접 촬영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인공위성은 유럽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쏘아졌다. 독자 개발을 통한 한국형 발사체가 부재한 탓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위성 자력 발사 능력 확보 등 우주 운송 수단 마련을 통해 자주적인 우주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그 주인공이다. 2018년 말 독자 개발한 75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진 누리호 1단형 시험발사체가 발사에 성공한 뒤 내년에는 3단형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있다. 대전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우주독립과 함께 우주강국으로 가는 초입 역할을 할 누리호의 개발 상황 등 모든 것을 살펴봤다.

◇누리호 개발 어디까지 왔나=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했던 나로호의 개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2010년부터 누리호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설계와 제작 등 전 과정을 모두 우리 기술로 개발 중이다. 개발 초기에는 75t급 엔진의 연소시험과정에서 엔진 불완전 연소로 인한 기술적 한계와 대형 추진제 탱크 제작을 맡은 산업체의 경험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고 그동안 누리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75t급 액체엔진에 대한 안정적인 연소시험을 통해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한 데 이어 2018년 말에는 75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1단형 시험발사체 시험발사에도 성공을 거둬 남은 누리호 개발 성공에 청신호를 울렸다. 다만 발사까지는 중요한 관문이 남아 있다. 1·2·3단을 각각 제작하고 오는 9월쯤부터는 내년 발사할 비행모델에 대한 총조립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리고 오는 12월쯤 75t 4기를 묶은 상태에서의 종합연소시험을 진행할 계획인데 내년 발사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험대다. 그리고 누리호는 새롭게 구축된 발사대에서 쏘아지는데 내년 초에는 새로운 제2발사대(누리호 발사대)와 누리호를 연계한 기능시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하반기에 개발 점검을 거쳐 내년 발사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75t급 엔진 클러스터링 연소시험이 최대관건=올 연말에는 이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은 상태에서 추력 300t을 내는 종합연소시험을 할 계획이다. 누리호 1단에는 75t급 엔진 4기가 사용되는데 이를 연소시험하는 것이다. 항우연은 엔진을 4기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연구개발해 왔고 이 시험을 통해 엔진 화염 가열 분석·단열 기술, 엔진 간 추력 불균일 대응 기술, 엔진 조립·정렬 등을 시험할 계획이다. 이러한 엔진 클러스터링 방식은 고추력의 대형엔진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추력의 엔진을 여러 기 묶어서 높은 추력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 사는 엔진 9기를 묶은 `팰컨 9`와 엔진을 무려 27기까지 묶은 `팰컨 헤비` 로켓을 개발했다.

◇누리호에는 어떤 위성을 싣고 발사되나=내년 예정된 누리호 첫 시험발사엔 첫 발사이니 만큼 실패 가능성 등으로 실제 위성이 아닌 더미를 싣는다. 두 번째 시험발사에는 우주기술 검증 목적의 소형 과학위성을 올린다. 이어 2022-2024년 한국형발사체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매해 발사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시험위성 발사, 2023년에는 500㎏급의 중형위성, 2024년에는 과학위성을 차례로 발사한다.

◇150여 개 산업체 참여한 누리호 개발=누리호는 개발 초기부터 산업체와 공동 설계팀을 구성해서 개발해 왔다. 크게 세 부분으로 대형 구조체 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가 맡고, 75t·7t 엔진 조립은 한화에로스페이스가, 발사대는 현대중공업 등이 맡았다. 이밖에 서브시스템 레벨에서 국내 많은 산업체가 참여하는 등 150여 개 업체가 함께 노력 중이다.

◇누리호 개발로 세계 8번째 우주발사체 기술 보유=전 세계적으로 우주발사체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한 국가는 2006년 20개국에서 2016년 30개국으로 증가한 가운데 자력 위성 발사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러시아 등 모두 10개국이다. 이 가운데 1t 이상 실용급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6개국에 불과하다. 우리가 개발 중인 75t급 정도의 성능을 내는 엔진을 가진 나라도 7개국뿐이다.

◇남은 난관은=러시아와 협력해서 발사했던 나로호와 달리, 한국형발사체는 설계·제작·시험·발사 운용까지 우리 힘으로 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다. 국내에서 대형 복합비행체를 만들어 본 경험과 기술이 없다. 그래서 누리호 개발은 처음 도전하는 외줄타기로 비유하기도 한다. 많은 기술적 난관을 극복해야 하고, 정해진 사업 기간을 맞추기 매우 어렵다. 실제로 누리호 개발은 당초 내년 2월 첫 시험 발사가 예정됐었으나, 올 하반기에 객관·전문적 점검을 수행해 발사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누리호 이후 성능 향상된 발사체 개발 추진=과기정통부는 제34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고 향후 3년간(2020~2022년) 우주개발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오는 2022년부터 누리호 개발 뒤 누리호의 발사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뢰도·성능을 개선하고, 발사체 전문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누리호 후속사업을 착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후속사업을 통해 누리호의 투입성능을 높이고, 위성 다중발사 능력도 갖춘다는 목표다. 항우연은 누리호 후속 개량형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위해 독자 개발한 75t급 액체엔진의 성능을 높이는 등의 후속 연구를 비롯해 다단연소싸이클 엔진 개발, 상단 엔진 재점화 기술 개발 등의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성능 엔진 개발 위한 투자 필요=누리호와 누리호 후속 개량형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통해 민간에 단계적으로 우주발사체 기술을 이전해 앞으로는 경쟁력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스페이스 X사 등과 경쟁을 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발사체 기술을 보유했지만, 경쟁력 있는 발사체 개발을 위해선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직 민간 기업이 우주발사체 개발을 맡을 기술적 역량이 부족하고 발사체 개발을 한다 해도 이익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기 위한 조건으론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물량 확보, 항우연의 기술적인 R&D 지원, 발사체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 기업의 투자와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는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우주발사체 엔진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능 좋은 우주발사체 엔진 개발을 사업을 별로도 지속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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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75t급 엔진 연소 시험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발사체 75t급 엔진 연소 시험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시험발사체-한국형발사체 비교.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시험발사체-한국형발사체 비교.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대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대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발사체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발사체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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