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던 캘리포니아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의 저자인 이영길 대전 유성구 사회돌봄과장. 사진=이영길 씨 제공
`서던 캘리포니아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의 저자인 이영길 대전 유성구 사회돌봄과장. 사진=이영길 씨 제공
팝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같은 꿈을 꾸던 소년이 있었다. 하지만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꿈은 가난을 타고 지붕 위로 멀리 날아갔다. 그것은 차마 손에 잡히지 않는 애틋한 것이었다. 소년은 결국 꿈을 접은 채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고 군 제대 후엔 그나마 나은 밥벌이를 위해 공무원 시험을 봤다. 음악, 영화, 문학을 공부하고 싶던 가난한 소년에겐 대학도 사치였다. 그렇게 9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해 대전 유성구 공무원으로 살아온 반백(半百)의 소년 이영길(53)이 최근 책을 냈다.

`서던 캘리포니아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 272쪽 분량의 이 책에는 너무 어린 나이에 좌절을 맛봐야 했던 이영길의 외로운 유년과 더부살이에 비견되는 궁핍함과 그 속에서도 애면글면 꿈을 지키려던 애절함이 응축돼 있다. 이영길은 `작가의말`을 통해 "이 책은 여행에 관한 책이 아닌 감성 에세이다.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고백한다.

이영길이 컨트리 음악에 빠져든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흑인들의 블루지(bluesy)함과 대비되는 컨트리 음악(Country Music)은 미국 고유의 풍토와 정서를 대변하는 백인들의 것이다. 소년 이영길이 즐겨듣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컨트리 음악은 미국 본토 기득권 계층에 편입될 수 없었던 이주민들의 고단함과 비참함을 노래했고 가난한 소년은 속절없이 빠져 들었다.

이영길은 "10대 초반 나이에 에어서플라이와 엘튼존의 소프트 팝(Soft Pop)에 익숙해진 내게 돌리파튼과 앤머레이 풍의 음악적 감성이 더해졌을 때 스스로 컨트리 장르에 최적화된 사람임을 깨달았다"며 "그때부터 순수 백인의 전통음악인 컨트리만 듣는 음악적 편식에 빠졌고 기회 있을 때마다 컨트리의 뿌리를 찾아 미 남부도시로의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테네시, 알라바마의 딥사우스에서 텍사스, 아리조나의 와일드 웨스턴에 이르기까지 컨트리의 멋과 맛을 찾아가는 음악 여정을 오롯이 책에 담았다. 할리우드 영화 촬영현장을 찾아 다닌 그의 노력으로 미국의 예술과 문화, 음악 그리고 미국이라는 지역의 매력적인 특성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유성구 사회돌봄과장(지방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 이영길은 "미국 여러 도시를 돌며 순간순간 느꼈던 감흥이 심장에 쌓였고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글을 썼다"며 "코로나19로 하늘길은 꽉 막혔고 일상은 지쳐가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안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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