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야기

주향미 대전시약사회 부회장
주향미 대전시약사회 부회장
기생충 하면 오랫동안 우리 몸에 기생하면서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비위생적이고 무익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몸안에 기생충이 많으면 잘 먹어도 마르고 배앓이도 해 학교에서 대대적으로 변검사를 해서 합동으로 구충제를 먹인 기억이 있을 만큼 기생충은 국민보건에 적으로 생각했던 시절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기생충이 우리에게 해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연구결과가 나왔고 실제로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법이 아토피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토피는 후진국보다 선진국에서, 시골보다 도시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보다는 높은 계층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어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문명병 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지나친 청결문화가 알레르기 급증의 주요한 요인일 것이라는 이론 때문이며 실제로 다양한 연구들로 기생충과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과의 상관성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연구들은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주변 환경의 미생물들과의 접촉으로 면역시스템이 진화발달을 해왔다는 것에 착안을 해 진행되었는데 우리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진화과정에서 기생충,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등을 접촉을 하면서 거기에 적절하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면역시스템을 발달시켜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접어들어 진화발달과정에서 친숙했던 기생충과 박테리아들이 극적으로 줄어들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적절하게 발달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는데 면역시스템은 단순하게 기생충을 제거하는 방법만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들과 적절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선택을 하였다는 이론이며 지나치게 위생적인 현대에는 공존보다는 나 홀로 생존만을 선택을 하게 되면서 면역시스템의 적절한 분화발달을 유도하지 못하게 되어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질환들이 매우 많이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도 안될 것 같지만 한때 기생충추출물을 이용해 난치성 아토피를 치료하는 치료법이 사용된 적이 있었고, 그 치료가 효과가 있었다는 단골환자의 사례가 있었다.

분명한 건 기생충과 아토피의 상관관계가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너무 지나치게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어린이들의 경우 기생충 감염률이 낮아진 대신 아토피 발생은 늘어나고 있으며 북한 어린이들은 한국, 일본 등과 달리 면역체계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아토피성 질환을 거의 앓지 않는다고 한다.

약국에서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복용하기 위해 언제든지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 흔하던 구충제가 약국에서 재고가 없어 판매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 십 년 간 단순히 우리 몸속에 기생충을 몰아내기 위해 복용해오던 구충제가 어느 날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해 엄청난 소비로 이어졌고 오늘도 약국에는 구충제를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의 출발은 동물용구충제 펜벤다졸을 복용 후 암이 치료되었다는 외국 사례가 뜨면서 펜벤다졸은 물론 플루벤다졸 알벤다졸까지 품귀현상이 오늘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그럼 과연 이러한 구충제들이 암을 치료하고 만성질환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일까? 문제는 이러한 제제들이 효과가 있다 없다가 아니다. 일년에 한 두 번 복용하도록 만들어진 약을 매일 장기간 복용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향미 대전시약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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