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건물에 들어서기 전, 정문 앞에 설치된 `코로나 19 체온 측정 부스`에서 열화상카메라로 발열체크를 받았다. 일렬로, 학생 간 간격은 1m씩, 차례로 검사에 임했다. 다행히 의심증상을 보인 학생은 없었다. 만일, 체온이 37.5℃ 보다 높다면 바로 옆 `일시적관찰부스`로 이동해 체온을 재측정하게 된다.

발열체크를 받은 학생들은 개인 책상에 설치할 투명 아크릴 재질의 가림막을 받았고, 그제서야 친구들과 인사다운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대화를 자제해달라는 교사들의 안내 목소리에 학생들은 조용히 교실로 발길을 향했다. 시끌벅적해야 할 첫 등교지만, 코로나 19는 교정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이날 대전·세종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80일 만에 교실 책상에 앉았다. 학교는 `등교`와 `방역`이라는 2마리 토끼를 잡느라 구슬땀을 흘렸고, 학생들은 불안감 속에서 교과서를 폈다.

삼엄한 분위기는 교실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교실에 들어서기 전 학생들은 담임교사들에게 2차 발열체크를 받았고, 시험장 형태로 좌석은 1m씩 띄엄띄엄 배치돼 있었다. 창문은 환기를 위해 활짝 열려 있었다. 책상 위에 학교에서 배부한 일반용 면마스크 2장과 보건용마스크(KF80) 1장이 놓여 있었고, 건물에 들어설 때 받은 가림막이 책상 위에 세워져 있었다. 물론, 마스크는 모두 착용한 상태였다. 정규 수업 전 조례시간,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개인위생수칙, 급식시간, 등·하교시 활동 등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짧게, 그리고 속삭이며 주위 친구들과 대화를 했다. 묵묵히 문제집을 펴고 공부를 하는 학생도 보였다. 한 학급의 칠판 상단에는 `대화자제`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남상두 전민고 물리 교사는 "등교 후 감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교직원들이 다 함께 고민해왔다"며 "아이들의 동선을 최소화 하고 좁은 교실 내에서도 책상 간격을 띄우며 거리두기 하는 등 교내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도 상황은 마찬가지. 오전 8시 세종시 고운동 두루고 학생들은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등교에 나서고 있었다. 등교 지도에 나선 교사들은 교문, 학교 건물 입구에서 학생 간 거리를 유지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자가 진단`을 했는지 확인 후 손 소독제를 직접 짜주기도 했다. 교실은 책상이 30㎝ 씩 떨어진 채 일렬로 배치돼 있었지만 학생 지급용 마스크, 책상 가림막 등은 찾아볼 수 없었고, 쉬는 시간에도 학생 간 거리 유지가 지켜지지 않는 등 방역에 허술한 점도 눈에 띄었다.

두루고 3학년 지승원(19)군은 "등교를 할 수 없어 집에만 있으니 집중하기 어렵고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며 "학사 일정을 소화 해야 하는 탓에 등교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는 점심시간 풍경도 바꿔 놓았다. 이날 대전 도안고는 1반부터 순서대로 배식을 시작, 학번 순으로 5분씩 간격을 두고 1층 급식실로 이동했다. 학생들은 줄을 서는 동안 1m 간격을 유지했고, 급식실에 들어설 때 손소독을 했다. 차례대로 배식을 받은 학생들은 급식실 칸막이에 붙여진 반-학번표를 찾아 본인 자리에 착석했다. `3-12`라고 쓰여진 번호는 3반 12번 학생이 앉는 셈이다. 학생들은 앞에 자리를 띄우고 지그재그로 앉아 식사를 했다.

최영삼 도안고 교무부장은 "여학생들이 먼저 식사를 하고 이후 남학생들이 순차적으로 식사를 한다. 자리를 뜨고 나면 바로 소독을 해서 교차 감염 위험을 차단하고 있다"며 "1·2학년까지 등교를 하게 되면 3학년은 3교시를 끝내고 먼저 배식을 하는 등 학년별 시차를 두고 배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학사 운영 정상화를 위해 애쓰시는 교육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학교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학부모, 학생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에서 등교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욱·천재상 기자·박우경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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