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로사 대전을지대병원 간호사
권로사 대전을지대병원 간호사
병원의 하루는 신체의 이상증세나 불편을 느껴 진료를 보러 오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병원진료를 미루고 있는 요즘의 상황을 생각하면,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분명 아픈 사람이고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일 것이다.

보통 어른이 병이 들고 아프다고 하면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느끼는 공감대는 평범하다. 흔치 않은 질병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나이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가 아프다면 어떨까?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고, 건강하게 태어나 잘 자라주는 자식에게 다른 욕심 없이 그저 고마울 따름인 게 부모의 마음일 테다. 하지만 갑작스레 아이에게 질환이 생겼다고 말하는 의사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건 부모로서 너무도 당연하다.

아이가 아플 때 흔히 찾는 소아청소년과는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소아정형외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소아정형 진료가 있는 날이면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잘 지내는 고마운 아이들을 맞을 생각에 아침부터 밝은 미소를 준비한다. 그리고 환아의 아픈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려는 심정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며 아이의 마음에 드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애를 쓴다.

얌전하고 듬직해 보이는 아이가 덩치에 맞지 않게 유모차를 타고 진료실로 들어온다면? 걸을 때 뒤꿈치가 닿지 않아 불편한 아이가 내 아이라면? 잘 뛰어놀던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며 찾은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심각한 말을 듣는다면?

놀란 가슴을 억누르며 궁금한 부분을 의사에게 묻지만, 이미 눈시울이 젖어 아이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부모의 글썽이는 큰 눈동자를 본다.

성인이 아프고 수술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아이들이 수술하는 것, 특히 정형외과적 수술을 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금껏 키워온 정성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인내심에 숙연해지고, 환아들이 내 자식인 양 정이 간다.

걷지 못하던 아이가 수술을 하고 보조기를 차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며, 그런 아이 옆에서 아이보다 더 환하게 미소 짓는 부모의 밝게 빛나는 얼굴을 보며 우리의 작은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생각해본다. 사랑이란 소유보다는 오랜 시간 가까운 곳에서 함께 지켜보며 공감해주고, 말벗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느껴본다.

꼭 수술을 하고 간호를 해주는 의사와 간호사 같은 의료인 뿐만 아니라 주변에 함께 있는 이들도 부모인 듯 친구인 듯 함께 위로해주고, 환아가 다 자라서 성인이 될 때까지도 마음으로 위로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코로나 사태로 분주한 병원의 사정을 생각하면 의료인만 바쁜 듯 보이지만 그들 또한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사명감을 가지며 일하고 있고, 자영업자들도 나아지리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으며, 시민들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톱니바퀴 같이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만 돌아가는 우리의 사회가 아직은 밝고 희망적이며, 사랑으로 가득 차 훈훈함 마저 느껴진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진정되고 진심으로 병원이 필요해 방문하는 환자들이 열을 재고 문진표를 작성하느라 긴 줄을 서는 불편함이 없이 편리하고 쉽게 병원을 방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권로사 대전을지대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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