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삶… '집밥의 귀환'

"두 달에 한번 정도 사던 쌀을 한달도 안돼 동이 났다."

코로나19가 국민 삶의 전반을 바꾸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가 `집밥의 귀환`이다. 외식문화 일반화와 함께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증가 속에 최근 몇 년간 집밥 시대가 저무는 듯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가족이 식탁에 모이는 일도 잦아졌다.

세종시에 사는 백주부(가명·42)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프라이팬과 웍 등 주방용품들을 새로 샀다. 워킹맘인 그는 그동안 요리할 일이 많지 않았다. 집에서 식사하는 일이 많지 않았고, 먹는다 해도 간편가정식(HMR)에 몇가지 사이드 메뉴를 추가해 먹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어린이집 휴원이 장기화되고 재택 근무 등 직장 문화도 크게 변화하면서 집에서 밥을 해먹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백씨는 "실패한 요리들도 많지만 한 달 정도 하다보니 제법 먹을 만하다. 요즘 인터넷에 레시피들도 다양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반찬과 식자재를 문 앞까지 가져다줘 장보기 시간 부담을 줄여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도 `집밥의 귀환`을 돕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확산되면서 각종 모임도 줄줄이 연기되거나 사라졌다. 결혼식과 계 모임도 줄줄이 취소되는가 하면, 장례식장 문상객 발길도 뚝 끊어졌다. 모임을 통한 스킨십의 장소와 범위가 바깥에서 안으로 돌아온 셈이다.

유통업계쪽에서는 육류를 중심으로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이마트 세종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무래도 전반적인 매출은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식품 쪽에선 육류 소비가 지난해보다 두드러지게 늘었다"고 말했다. 가정 내 육류 소비 증가는 직장 회식이나 단체 급식 등이 줄어든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 마트는 최근 프라이팬, 냄비 등 6개 브랜드사가 참여하는 주방용품 코너를 신설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해 매장을 재구성한 건 아니고 지난해부터 추진한 1차 식품 등 그로서리 부문 강화 전략을 실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강원 감자 등 농수산물도 완판 행진을 보이고 있다.

어려워진 이들을 돕자는 선의가 가장 주요한 원인이지만, 가정 내에서 식재료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집밥`이 또 한번 주목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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