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차 간호사 이귀연(45)씨는 요즘 신선한 공기가 가장 그립다. 온몸을 밀봉하는 방호복을 입고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온몸은 금새 땀으로 차고, 숨도 잘 안 쉬어지기 때문이다. 이 씨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운영중인 건양대병원의 간호사다.

의료용 마스크가 언제 동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스크를 소독해 재활용하고, 마스크 겉면에 이름을 써놓고 다시 써가며 전염병 현장 최일선에서 검사자들을 맞는다.

이귀연 건양대병원 간호부 외래파트장은 "방호복보다도 산소를 차단하는 마스크를 하루종일 쓰고 있으면 머리가 `띵`해요. 메르스 때도 감염병 지원을 나갔었지만, 이번엔 정말 턱밑까지 온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 파트장의 하루는 정신 없이 흘러간다. 오전 7시 50분 선별진료소에 나가면, 문을 열기도 전에 이미 검사자 대기 줄이 한참 밀려있다. 그는 고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걱정했다.

"선별진료소가 야외에 있다 보니까 날씨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바람 부는 날에는 종이가 공중에 날아다니고, 지난번엔 4일 내내 눈하고 비가 와서 비옷입고 검사한 적도 있어요. 코로나라는 게 한명 씩 기다려야 하니까 대기장소가 마땅치 않아요. 차에서 한참 기다리시고, 추운데 바닥에 앉아서 기다리시는 게 죄송하고, 답답하고 걱정돼요."

이 파트장에게는 올해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이 있다. 가정을 돌보지 못한 채 두 달 가까이 저녁도, 휴일도 없는 일상을 이어가다 보니 지치고 힘들 때도 있다.

"업무를 정리하고 나면 밤 9시는 되니까 항상 늦은 밤에 들어가요. 재택근무는 고사하고 오히려 더 늦게 들어가는데, 아이가 이제는 엄마가 뭐 하는지 알고 이해를 해줘요."

이 파트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성숙한 국민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한다.

"마스크 쓰고 방호복 입고 있으니 지나가는데도 `수고하신다`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처음엔 `왜 우리나라에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원망이 들었는데, 우리 국민들 배려심을 보고 정말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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