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구 태평2동에 거주하는 정동승(83)씨가 고장난 우산을 수리하고 있다. 정씨는 수리된 우산을 행정복지센터 등 이웃에게 기증하고 있다. 사진=중구청 제공
19일 중구 태평2동에 거주하는 정동승(83)씨가 고장난 우산을 수리하고 있다. 정씨는 수리된 우산을 행정복지센터 등 이웃에게 기증하고 있다. 사진=중구청 제공
"우산 없어 비 맞는 학생이 없도록 해달라."

정동승(83)씨가 본인이 직접 수리한 우산을 나눠주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19일 중구 태평2동에 거주하는 정씨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재능기부`로 유명하다. 정씨는 올해로 13년째 망가진 우산을 고쳐 이웃에게 기증하고 있다. 정씨가 수리한 우산은 올해 5000개를 돌파했다. 매해 `수리 목표`를 세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에는 당초 목표치인 1000개를 훌쩍 넘은 1500개의 우산을 수리했다. 수리된 우산은 동 행정복지센터 300개, 중구 보건소 200개, 경로당 300개 등 우산이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됐다. 이밖에 정씨는 선풍기·벽시계·청소기 등 1000여 점의 가전제품도 수리해 주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시계 수리 등은 정교한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정씨는 이웃을 위한 마음 하나로 물건 수리에 매진하고 있다. 인근 주민은 "정씨는 우산 기증이 취미라고 할 정도로 수리에 몰두한다. 1000개가 넘는 우산을 고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웃을 향한 정씨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씨의 재능기부는 이웃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 정씨가 속한 경로당 회원들이 나눔 활동에 필요한 재료를 모아오는 등 정씨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 때문. 160명에 달하는 태평2동 버드내1단지 경로당 회원들은 정씨의 `기부 도우미`를 자처하며 길거리 폐우산을 수집하고 있다. 또 회원들은 3년 전부터 경로당 한 켠을 정씨의 작업실로 내어주는 등 나눔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정씨는 "갑작스런 비에 어찌할 줄 모르고 비를 맞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우산 수리를 시작했다"며 "작은 노력이 우리 이웃에게 긴요하게 쓰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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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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