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젊음과 역동의 베트남 ①

베트남 명문대학 중 하나인 호치민시 TDT(TON DUC THANG)대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오토바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베트남 명문대학 중 하나인 호치민시 TDT(TON DUC THANG)대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오토바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지축(地軸)이 흔들린다. 이 시대 베트남의 청춘들이 질주한다. 쌔 마이(xe may·오토바이) 대오는 교차로 파란불이 떨어지자 일제히 굉음을 울리며 출격했다. 이내 물고기 떼처럼 자유자재로 무리를 이루다 흩어지면서 고급 외제차량과 초라한 시내버스로 뒤엉킨 길을 뚫었다.

일사불란한 군단(軍團)은 이탈의 유연함을 보여줬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지향의 시장경제`라는 이질적 두 바퀴로 굴러간다. 간혹 오토바이끼리 교신이 안 맞아 접촉사고가 난다. 그래도 툭툭 털고 일어서 합류한다.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피가 뜨거운 `청년국가` 베트남은 잠시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지난해 12월 초. 베트남 경제수도 호치민(HoChiMinh)으로 통하는 관문인 탄손누트국제공항 밤공기는 30도를 오르내리는 초여름처럼 후텁지근했다. 공항은 입국 관광객들과 베트남 현지인들로 들끓었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지시간 밤 11시가 가까워오는데도 거리는 바삐 오가는 오토바이와 차량들로 가다서다 했다.

아침 출근시간엔 극도의 혼란이 빚어진다. 호치민 인근 휴양지 붕따우까지 배로 가는 호치민시티 페리포트와 통일베트남 초대대통령 똔득탕(Ton Duc Thang)의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1-2㎞ 왕복 4차선 도로는 몸살을 앓았다.

오토바이 한대가 꽉 막힌 도로를 벗어나 인도로 올라선다. 새로운 차선을 만들어 내자 무리가 뒤를 따른다. 보도의 누구도 놀라지 않는다. 혼돈의 질서다. 그때다.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사이공강 바람이 불어든다. 아빠 오토바이에 매달린 여자아이 귀밑머리가 흩날린다. 미니스커트 가린 꽃무늬 덧치마는 빨간 베트남 국기처럼 펄럭인다. 마스크도 소용없는 매연의 한가운데에서 젊은 탄 쑤언(thanh xuan·청춘)들의 물고물리는 오토바이 행렬은 화려한 건물 좁은 골목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베트남이 종횡무진 내달리고 있다. 베트남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과 그에 반비례하는 생산성, 외국자본에 호의적인 국민 의식에 매력을 느낀 글로벌 기업들이 10여 년 전부터 베트남에 자리 잡았다.

유교문화를 공유한다는 동질감마저 더해지면서 한국 기업의 진출도 잇따라 이제 최대 투자국이라는 지위에 올랐다. 시장주의엔 낯선 공산당 단일지도체제 아래 만연한 공무원 부정부패, 더디기만 한 국영기업 구조개혁 등 각종 불확실성에도 베트남이 여전히 각광받는 건 오토바이를 탄 청년인구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 인구가족계획국 정책전문가로 초빙돼 인구정책자문관으로 활동한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최근 펴낸 `2020-2040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 저서를 보면 베트남 공식 인구는 2019년 4월 1일 기준 남자 4788만 1061명(49.8%), 여자 4832만 7923명 등 모두 9620만 8984명이다. 도시에 3305만 9735명(34.4%), 농촌에 나머지 63.6%인 6314만 9249명이 살고 있다.

베트남의 역동성은 인구 연령구조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전체 인구 중 15세 미만이 23.7%, 평균연령은 31.8세, 중위연령이 29세다. 30년 후 평균연령이 40.5세로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한국의 평균연령이 이미 42.2세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젊은 인구를 유지할 것이란 게 조 교수의 분석이다.

총인구를 연령순서로 나열할 때 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을 말하는 중위연령에서도 한국은 42세다. 베트남 중위연령 29세의 다이내믹함은 과거 한국의 `58년 개띠` 시절에도 누리지 못한 인구 호재다. 경제발전 수준이 낮을 때 어린 연령대 인구가 많으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가족계획을 통해 출생아 수가 줄고 성인 인구가 많아지면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사회 전체에 `배당`으로 돌아온다는 이른바 인구학적 인구배당(Demographic Dividend) 효과도 노려 볼 수 있는 안정적 인구 구조다.

조 교수는 저서에서 "생산가능인구라고 하는 15-64세 인구 비중이 1989년 56%에서 2015년 68%까지 증가했고 향후 매년 130만 명 이상의 생산인구가 일정하게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는 개발도상국, 인구학적으로는 북유럽 선진국에 해당하는 베트남이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자원을 고려하면 앞으로 20-30년 동안 인구배당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호치민=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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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시간 롯데백화점 호치민점(호치민 다이아몬드 백화점) 인근 도로에 늘어선 오토바이들. 사진=문승현 기자
밤늦은 시간 롯데백화점 호치민점(호치민 다이아몬드 백화점) 인근 도로에 늘어선 오토바이들. 사진=문승현 기자
베트남 호치민시 전경. 멀리 우뚝 솟은 빌딩이 `랜드마크 81`이다. 높이 461.2m, 지하 3층, 지상 81층으로 호치민에서 가장 높은 것은 물론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최고층 건물이기도 하다. 사진=문승현 기자
베트남 호치민시 전경. 멀리 우뚝 솟은 빌딩이 `랜드마크 81`이다. 높이 461.2m, 지하 3층, 지상 81층으로 호치민에서 가장 높은 것은 물론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최고층 건물이기도 하다. 사진=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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