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과 한의학

구원회 구원회한의원장
구원회 구원회한의원장
환자 중에 본인이 화병이라고 하면서 오는 노인들이 있다. 화병은 말 그대로 화가난다는 표현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억울해서 분노가 있다는 것이다.

분노는 사람의 중요한 감정 중 하나다. 보통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울화통이 터진다고 표현을 많이 하는데 분노의 표현이다.

사도세자의 부인이 쓴 한중록을 보면 `화가 나시면 푸실 데 없사오니`, `화증이 더하사`, `울화가 되시더니` 등이 담겨있다. 예전에는 화, 화증, 울화 등의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의료기관들은 의료보험을 청구하려면 반드시 표준상병 기호를 써야 하는데 화병은 기호가 U22.2다. 필자도 몇 번 청구한 적이 있다.

화병은 198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인교포를 진료하던 미국 의사에 의해 연구됐다. 다른 민족에는 없는 질병이라 특이하다고 생각해 치료결과를 미국 정신의학회지에 발표했다.

화병이 한국의 문화연계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이라고 생각한 그 의사는 한국민족의 특이한 병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병의 증상을 보면 오목가슴이 답답하면서 주로 상부에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 안구충혈, 코, 입, 귀 등 이비인후과 증상이 있다. 인후염, 식도역류염, 소화불량 등 하부에 비해 상부 쪽 증상이 상대적으로 많다.

양방 내과에서 식도역류염이라고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다가 한의원에서 화병치료를 병행해 효과를 본 경우도 있다.

목에 무엇인가 걸린 거 같은 환자가 왔는데 여러 검사를 해도 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한방에서 매핵기라고 일컫는 이 증상은 매실씨 정도의 이물감이 식도에서 느껴진다.

삼키지도 뱉을 수도 없다고 한다. 환자 본인은 암을 의심해 서울 대형병원까지 가봤지만 결론은 화병의 일종이었다.

중년 여자 분이 결혼 후 극심한 시집살이를 해 화병이 난 경우도 있었다. 갱년기가 오고 몸이 아프니 옛날 고생한 생각이 나서 화병이 생겼다고 한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억울한 감정이 들면서 화병이 발생한 경우다. 재판에서 본인이 생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화병이 많이 발생하는데 특히 상대방보다 돈과 권력이 없어서 본인이 이길 것을 졌다고 생각할 경우 상태가 심각하다.

그동안 화병 환자 통계를 내보면 첫 번째가 돈이고 두 번째가 가족 세 번째가 친구 등 주변 사람이다. 같은 상황이 와도 사람마다 대처방안이 다르고 신체 손상이 다른 것을 보면 마음에서 오는 발병은 확실한 거 같다.

자식을 교통사고로 보낸 어머니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치료효과가 신통치 않았다. 나중에 좋아졌는데 종교를 믿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치료가 꼭 약과 침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경우다. 한의학에서는 고유 체계에 따라 세분화된다. 물이나 침구처방도 나눠져 있다.

화병은 나중에 우울증 심지어 공황장애로 발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원회 구원회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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