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수억 화백, 자신만의 정체성 확립 한국화가 탈바꿈

기억 77. 53x46cm. 장지에 수묵담채
기억 77. 53x46cm. 장지에 수묵담채
"모작을 잘 하는 사람도 있지만, 화가라면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야 하잖아요. 한평생 몸 바쳐온 에너지 분야가 제 정체성이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과학자로 살아온 35년의 세월을 한땀 내려놓고, 한국화가로 인생 2막을 살고있는 박수억(65) 화백이 6번째 개인전 `현(玄)의 비상(Voler sur Encre Orientale)`을 24일부터 30일까지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연다.

에너지정책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이자, 20여 년을 한국화에 매진하고 있는 `열정 부자` 박 화백은 이번 개인전에서 과학자로서의 독보적 정체성을 살린 한국화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2017년까지는 주로 산과 들을 소재로 한 전통 한국화를 그려왔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나만의 정체성인 에너지나 기독교를 소재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가장 친숙한 분야인 에너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은 스스로 비틀거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7년 5월에 연 개인전 `오늘이후`展에서 본격적으로 고유의 전문성을 작품으로 승화하기 시작해, 이제는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박 화백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한국화의 전통성을 살리면서도, 한평생을 바쳐온 에너지 분야를 표현한 것이 최근 박 화백이 그리는 작품의 특징이다. 붓으로 흩날리는 점을 일일이 찍어 그리고, 샛노란 금분을 녹여 에너지가 뭉치고 발산하는 모습을 표현한 수묵화 작품에는 그가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고된 노동력이 담겨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의 유명한 동양화를 80장 이상 임작(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했다"며 "수많은 작품을 보고 모사해보니 이제는 한국화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체성을 흐리지 않고 남다른 생각을 하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림에 대한 애정과 겸손한 품격을 담은 한 마디를 남겼다.

"요즘 일상은 전시를 보는 것 아니면 여는 것일 정도로 그림에 푹 빠져있는데, 예술의 세계는 누가 낫고 못하다고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과분한 재능과 행복을 누리고 사는 것 같습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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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억 화백. 사진=조수연 기자
박수억 화백. 사진=조수연 기자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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