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협약에 따라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달 말까지 자율포장대 철거 계획

14일 오후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자율포장대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천재상 기자
14일 오후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자율포장대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천재상 기자
"대형마트는 장을 보는 양이 많아서 종이상자가 없으면 불편합니다. 장바구니로 대체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거 같습니다."

14일 오후 1시쯤 대전 유성구 롯데마트 노은점을 찾은 권모(51)씨는 자율포장대 철거 소식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많은 양의 장을 보더라도 종이상자 덕분에 손쉽게 장을 봐왔는데, 철거 소식에 당황한 것이다. 자율포장대엔 `많은 고객이 이용해 포장 박스가 부족하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홈플러스 둔산점 자율포장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고객들은 대용량 식빵, 세제 등을 비치된 상자 안에 포장중이었다. 그러면서 한 고객은 "마트에서 이렇게 많이 사는데, 어떻게 장바구니만으로 옮기겠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담당직원도 종이상자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많은 탓에 수시로 종이상자를 채워넣고 있었다.

종이상자가 일회용이 아니라며 항변하는 고객도 있었다. 비치된 종이상자는 본래 목적인 포장용으로 쓰였던 것으로 새 상자로 보이는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한 고객은 "자율포장대에 비치된 상자는 한번 사용된 상자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재활용도 되고 고객도 편한데 왜 철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율포장대 철거 소식에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대형마트도 골치를 썩고 있다. 자율포장대를 그대로 두고 싶지만 정부 정책 방향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대형마트는 정부 정책과 고객 불편을 놓고 철거 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말 환경부는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불필요한 폐기물 줄이기` 협약을 맺었다. 협약은 장바구니 이용을 독려하고자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종이상자(빈상자), 포장테이프를 없앤다는 게 골자다. 협약 이후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이달 말까지 자율포장대를 철거하기로 했으며, 이마트, 농협하나로유통은 철거 시점을 조율키로 했다.

그러나 자율포장대철거 시범 지점에서 고객들의 항의성 민원이 접수되면서 이달말까지 자율포장대를 철거키로 했던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철거 일자를 기약없이 미루기로 했다.

대전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자율포장대 철거는 환경부 협약에 따라 정해진 사안"이라며 "본사에서 지시하면 우리는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원래는 이달까지 빈박스가 철거된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다음달로 연기됐다"며 "그후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 고객 반응을 보고 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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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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