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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칼럼] 값진 책임감

2019-09-10기사 편집 2019-09-10 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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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

첨부사진1김태우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마취간호 파트장
수술실의 정적을 깨는 벨이 울린다. 수술환자가 도착하는 시간이다. 환자는 가족의 걱정을 뒤로 하고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수술실이라는 낯선 공간으로 들어온다. 수술환자에게는 본인 확인을 위한 의무적이고 무미건조한 질문이 오간다. 환자는 수술 방으로 이동하게 되고 수술환자 최종 점검을 위한 타임아웃(time-out)이 시작된다.

나는 마취간호사다. 환자가 수술실에 입실해 퇴실할 때까지 환자 곁에서 안위와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하루는 분주하게 시작된다. 수술 일정을 확인한 후 수술 방으로 가 마취에 필요한 약제와 장비를 점검한다.

준비사항을 체크하는 데 대충은 없다. 내가 준비하고 확인하는 모든 사항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수술 환자를 확인할 때 나이가 어린 환자들은 '수술하는 도중 마취가 깨어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고,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등의 상반된 걱정을 한다. 마취가 시작된다. 마취 후 환자는 수술팀원에게 넘겨지며 팀원들은 최상의 의료기술과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이 종료되면 회복을 거쳐 사랑하는 가족의 곁으로 무사히 돌아간다.

수술 환자가 잠든 사이 마취간호사는 약물 투여를 비롯해 혈압, 맥박, 호흡, 체온 등 활력징후 모니터링과 시간당 수액주입량과 소변 양을 체크한다. 환자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가온 담요를 덮어주며 출혈이 많을 경우를 대비한 수혈 등을 준비한다.

수술 환우를 위한 기도를 하고 불안해하는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수술 중에는 환자에게 언제 어느 곳에서 응급상황이 터질지 모르는 만큼 항상 준비가 돼 있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수술 환자가 나의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간호하고 있다. 그래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음에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환자나 가족 못지않게 기쁘다. 수술이 끝나고 팀원 전체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칠 땐 자부심을 느낀다.

수술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수술이 시작됨과 동시에 마취에서 잘 깨어날지, 수술은 잘되고 있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혹시나 수술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기라도 한다면 극도의 불안감으로 힘든 시간을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마취간호사로서 수술 환자나 보호자에게 말하고 싶다. '수술 환자가 잠든 사이 마취간호사가 환자 곁에서 안위와 안전을 담당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말이다.

김태우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마취간호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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