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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칼럼] 서로의 마음

2019-07-30기사 편집 2019-07-30 14: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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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홍민정 을지대학교병원 외상중환자실 파트장

지난해, 한 대형병원의 간호사 죽음으로 간호계의 '태움' 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 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선배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 문화를 말한다.

간호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신규 간호사들이 병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입사 만 1년이 된 간호사들을 격려하는 의미로 돌잔치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필자는 1997년 종합병원에 입사했다. 그때만 해도 병원의 간호문화는 선·후배 간 분명한 서열이 존재했다.

출근하면 연차별로 할 일이 구분돼 각자 역할을 수행했다. 선배들이 각각 역할을 분담하면 후배들은 일사분란하게 업무를 해냈고, 인계시 누락하지 않도록 수첩에 받아 적었다.

필자도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았다. 신규 시절 원활한 인계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질문이나 지적을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퇴근 후 개인적으로 공부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 동기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할 수 있다', '더 잘 해보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가끔은 서러운 마음에 근무 도중 몰래 흐느껴 울기도 했지만 선배들은 근무가 끝나면 '네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따뜻한 말과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이제는 20여 년 이상 근무 경력이 쌓여 나는 선배 위치에 있다. 필자는 현재 외상중환자실의 파트장을 맡고 있다.

사실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신규 시절을 떠올리며 '그땐 그랬지' 식의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면, 이제는 '꼰대'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이 생긴다.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이 바른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조언들을 건네다 보면, 듣는 후배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다.

상황과 조건에 관계없이 환자를 상대하는 간호사라는 직업 특성상 선배의 경험은 교과서와 다름이 없다.

다만 후배들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고 부족할 수 있음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은 선배로서 필요한 부분이다.

다시 말해 선배 입장에서는 나 또한 신규 간호사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이해해야 한다.

후배 입장에서는 선배의 말 한마디는 인간적인 미움이 아닌 진심어린 조언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느끼고 배려한다면, 문화라 말하기도 부끄러운 태움이란 현상이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을까.

오늘도 간호 현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고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게 가르쳐 주신 선배들께 감사한 마음. 그리고 나를 선배로 대하며 믿고 따라주는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본다.

홍민정 을지대학교병원 외상중환자실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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