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속설…원기회복 효과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최근 부산 구포의 개시장이 60년 만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반려동물보호단체들의 노력과 사회적 인식 변화, 비위생적인 시설 등의 이유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하지만 개고기는 오랜 세월 삼복더위 보양식으로 애용돼왔다. 체력소모가 심한 여름철에 보양식을 먹는 건 시대가 변해도 여전하다.

삼복은 육십갑자로 날짜를 기록할 때 하지(夏至)부터 초복, 중복, 말복을 일컫는다.

십간에서 경(庚)은 금 기운을 상징하는 것으로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기운을 안으로 모으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기력이 너무 빠져나가 피곤해진 몸을 추스르고 기운을 모으는 작용이 있는 날로 여겨져 보양식을 먹어 체력을 보충했다.

복날의 간격은 약 10여 일 정도로, 초복에서 말복까지는 20-30일 가량 된다.

한 달 새 3회 정도 무더위에 체력이 떨어질 무렵 주기적으로 기력을 보충하는 선현의 오래된 지혜라 할 수 있다.

여름이 되면 더위로 인해 조금만 움직여도 신체 내부의 온도가 올라간다. 이 체온을 식히기 위해 땀을 낸다.

그러나 높은 기온과 습도로 땀이 나도 체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땀이라는 체액을 더 많이 내보내 체온을 낮추려 한다.

이럴 경우 평소보다 진액, 정혈, 기운이 많이 소모된다. 한의학에서는 내부의 체액과 기운이 외부로 많이 이동되는 여름철. 사람의 몸이 허해진다고 보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이열치열은 겉으로 보기에는 신체가 덥게 느껴진다. 하지만 기력이 떨어지고 차가워진 몸을 덥히는 것을 뜻한다.

여름 보양식은 속을 따뜻하게 돕는 음식이 많다. 보양식으로 사용된 동물들을 보면 구하기 쉽고 땀구멍이 없는 게 특징이다.

개와 닭이 이런 이유로 보양식으로 자주 이용됐고 오리, 낙지, 전복, 미꾸라지, 장어, 민어 등도 재료로 사용됐다.

이런 보양식들은 모두 불포화지방산과 양질의 단백질, 미네랄이 풍부해 기력회복에 도움이 된다. 여름에 먹는 보약도 수천 년 동안 발달됐다.

잘못된 속설이 몇 개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문 닫힌 방에서 `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는다`는 말과 `여름철 보약은 땀으로 다 나가서 쓸모 없다`는 것이다.

삼계탕에는 인삼과 황기, 찹쌀이라는 한약재를 넣고 달이는데 땀으로 다 나간다고 하면 여름에 삼계탕을 먹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농경시대에는 보릿고개를 넘어 추수하기 전까지 경제적 여유가 없어 보약을 복용하지 못했다. 이를 위로하기 위한 속설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보양식으로도 피곤이 사라지지 않을 때는 여름 보약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인삼, 녹용 등이 기운을 올리고, 맥문동, 모과, 백작약이 진액을 생기게 한다. 황기와 오미자는 땀을 멎게 한다.

차가워진 장을 다스리기 위해선 백편두, 육두구가 좋다. 냉방병에 걸린 경우엔 향유 같은 방향성 약제가 효과적이다.

몸 상태와 개별적인 증상에 따라 수많은 조합의 여름 보약이 있다. 정확한 진단은 가까운 한의원에서 상의하는 걸 추천한다.

지난해 여름은 모기조차 살 수 없는 기록적인 무더위였다. 올해는 땀도 적당하게 나고 건강한 여름이길 소망한다.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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