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출품 자리매김 기대

한의학 서적을 보면 맨 처음 삼(蔘)이라고 적혀있다. 세월이 흘러서 생김새, 지명 등이 첨가돼 수많은 이름이 생겨났다.

한의학에서는 독삼탕이라고 해 삼 한 가지만 처방하기도 했다. 한약 중에 한 가지만 처방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천년산삼이라는 말이 있다. 진짜 천년을 살지는 못할 것이다. 삼은 나무가 아니라 풀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천년이상 살지만 풀은 불가능하다. 50년 정도가 한계인 것으로 추정되며 보통은 10년. 길게는 2-30년도 힘들다.

삼의 조건은 양지 바른 곳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다. 인삼밭에 차광막을 설치하는 이유다. 6.25 전쟁 때는 산이 많이 황폐화 돼 산삼이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삼을 약재로 환자에게 처방하는 입장에서 보면 삼의 구별이 생각보다 힘들다. 한의원에서는 제약회사가 검사한 약제만 사용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심지어 시장에서 대추와 생강도 사면 안 되고 제약회사의 검증을 거친 포장 약재를 사용해야 한다.

산에서 캐온 삼을 가져와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겉모습만 보고 감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흔한 감별법이 나이테처럼 일 년에 하나씩 생기는 뇌두인데 이마저도 외부 충격을 입으면 한해를 휴면한다.

삼의 잎이 많으면 오래될 확률은 많지만 잎이 적다고 햇수가 적은 건 아니다. 요즘 산에 삼을 많이 심는데 같은 해에 심은 삼도 잎의 수가 천차만별이다.

이 경우는 몇 년이 지난 삼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심은 사람만 알 수 있다.

같은 지역에 삼을 심고 10년 후에 살펴보니 3구, 4구, 5구 등 다양한 종류가 섞여 있다는 게 산삼을 심는 사람들의 전언이다.

크기도 여러 종류면 심하게 5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삼의 몸통에 난 주름이나 뿌리에 난 혹을 가지고 판별하기도 하는데 이 방법 역시 정확하지는 않다.

약재로 사용되는 삼은 주로 건조 방식이 적용된다. 필자의 경험상 삼은 맛과 향으로 구별한다. 향의 경우 삼 특유의 냄새가 강한 게 좋다.

아무리 크고 모양이 좋아도 향이 강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다음은 맛인데 씹어보면 달고 기분 좋은 쓴 맛이 있다.

처음에는 쌉싸름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입안에 남는다. 몇 번 경험하면 맛과 향이 기억된다.

앞으로는 맛과 향이 수치로 기록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의 기분이 아닌 객관적인 수치로 삼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파는 행위가 적발된다. 한우는 특별한 DNA를 가지고 있어 구별이 쉽다고 한다.

삼은 몇 십 년 된 삼에서 수경 재배한 새싹삼까지 동일 DNA을 갖고 있다.

농약 검출 여부와 흙 성분을 조사하는 방법이 있지만, 옮겨 심어서 몇 년이 지나면 추적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삼을 감별하는 공인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당연히 자격증이 없고 믿음이 떨어지는 게 큰 문제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이라고 주장해도 근거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삼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건 확실하다. 앞으로 국가와 학계 등이 힘을 합쳐 반도체만큼 세계적인 수출품이 되기를 바란다.

구원회 구원회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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