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경력자 작사 작곡 31개교 교가 동문회 반대로 난관

충남지역 학교 내  전시중이던 일본인 교장 사진 대부분이  철거됐다.. 사진=충남도교육청 제공
충남지역 학교 내 전시중이던 일본인 교장 사진 대부분이 철거됐다.. 사진=충남도교육청 제공
충남도교육청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학교 내 일제잔재 청산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2월 친일경력자들이 작사·작곡한 교가의 수정 또는 폐기, 도내 학교에 걸린 모든 일본인 교장사진 철거를 권고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일제 잔재 청산은 교육청의 의지와는 다르게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 동문회 등의 반대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공개 장소에 전시된 일본인 학교장 사진 철거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친일경력자가 작사·작곡한 교가의 수정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김동진, 김성태, 이흥렬, 현제명, 이원수 등 친일 경력자의 교가는 31개교에서 확인됐지만 학부모운영위, 동창회 등의 반대로 아직 단 1곳도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학교들 대부분 최소 80년 이상 전통과 역사를 가진 학교들이어서 예상외로 동문회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교육청이 14개 시·군을 순회하면서 일제잔재 청산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김지철 교육감은 "친일 작사·작곡가들이 만든 교가를 수정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곳은 현재는 없다"면서 "교육청에서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동문회 등 학교공동체까지 같이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인 교장 사진 철거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도를 들고 있는 일본인 교장 등 제국주의를 연상하는 사진이 걸려 있는 도내 29개교에 철거를 권고해 28개교가 이를 수용했다. 또한 학생 생활규정에 남아 있는 `백지동맹`, `동맹휴업` 등 항일운동 탄압 항목들은 상대적으로 수정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교육청은 도내 305개 중·고교 가운데 100여 개교의 학교 규정에 존재하는 일제 잔재 용어를 상반기 중 삭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일제시대에 일방적으로 결정된 성실, 근면, 협동 등 학교 교훈들도 학교 자율적으로 수정할 것을 권고했으며, 일제 흔적이 남아 있는 학교상징(교표)도 학교의 특징에 맞게 고칠 것을 권고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병천고는 미용과, 조리과가 있는 특성을 살려 학교 교훈을 `맛과 멋을 창조하는 사람`으로 정했다"면서 "꼭 일제 잔재가 아니더라도 근면, 성실, 순결, 진·선·미 등 현실과 맞지 않는 교훈들은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은현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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