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약침이란?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한의원에서 부원장으로 의료현장에 첫 발을 딛었을 때다. 원장님에게 묻지 못하는 호기심을 그나마 이물 없는 부원장에게 물어볼 때가 있었다.

간혹 원장님 장가 가셨냐고 묻는 개인적 질문부터 병에 대해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하는 것도 있었다.

그 중 자주 들었던 질문이 봉약침이 어떤 작용으로 병을 낫게 하는 지다.

모든 학문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전하듯이 한의학도 많은 변화가 있고 그중 하나가 약침요법이고 특히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게 봉약침이다.

봉약침은 봉독을 추출 정제해 혈자리에 약액을 주입하는 치료방법이다.

봉독은 소염진통 효과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자극 효능이 있다.

몸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이 아닌 이종(異種)단백질이기 때문에 면역염증작용을 인위적으로 일으켜 염증을 종료시키는 면역요법에 속한다.

이 때문에 근골격계질환, 자가면역질환, 난치병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위 말을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우리가 어깨와 무릎이 다치면 통증이라는 `여기 문제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라는 신호가 생기고 이후 그 곳의 조직이 회복되면서 통증이 없어지고 낫는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회복이 안 되고 통증은 그대로 있고 진통제를 복용해도 그 때뿐인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만성염증 상태로 염증이 재생회복기로 넘어가지 못하고 통증자극물질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관절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 중앙로나 둔산동 등에 가면 공사 중 표시만 있고 수개월이상 짓다가 만 건물을 볼 수 있는데 공사 중 표시는 통증이고 짓다가 만 건물은 회복되지 않은 조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봉독이라는 약한 독이 들어가면 들어간 부분에서는 `독이 들어왔네 빨리 고쳐야지`하면서 독소를 제거하고 조직을 다시 만들게 된다.

주변에 짓다 만 건물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뚝딱뚝딱 다시 공사를 시작해 완성 시키는 것으로 스스로 회복하지 못했던 아픈 부위를 내 몸이 재건하는 것이다.

또한 자기 관절을 스스로 면역물질로 공격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경우도 봉독이 들어가면서 자신의 몸을 공격하기 보다는 독소를 제거하는데 면역계가 집중하면서 `진짜 적은 따로 있구나`하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를 어려운 용어로 면역학적 관용이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독치독(以毒治毒)이하고 한다.

최근에는 봉독의 항암효과, 간세포 보호 등의 다양한 효과가 밝혀지고 있다.

봉독은 피부에서 멜라닌 색소 생성 억제, 항노화 등 우수한 미용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봉약침은 만병통치약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점이 없는 치료는 없는 법. 가장 가벼운 단점은 봉독을 주입한 부분이 독소가 빠져나가기 전까지 가렵고 붓고 더 아플 수 있다.

더 심각한 단점은 봉독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순식간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효소성분을 제거한 SBV(Sweet Bee Venom)을 사용하고 시술 전에 피부에 극소량의 봉독을 미리 주입해 알레르기 반응을 살피고 시술한다.

가려움이나 부종 통증이 일어나기 전의 양까지 점차 봉독 양을 늘리는 등 환자에 따라 주입량 주입 깊이, 병의 진행 상태를 면밀히 진찰해 시술하고 있다.

간혹 민간에서 벌을 직접 잡아다가 시술하는 경우가 있는데 병든 벌일 가능성, 고농도 봉독이 집중된 부위에 들어가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해야 한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질환에 봉약침이 맞을까 궁금하다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 상의해보길 바란다.

이정원 대전 중구한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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