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전역에서 한 베그패커가 역 이용자들을 상대로 돈을 구걸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지난 25일 대전역에서 한 베그패커가 역 이용자들을 상대로 돈을 구걸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구걸한 돈으로 배낭여행을 하는 일명 `베그패커(구걸 배낭여행객)`가 대전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일부 여행객들의 도를 넘어서는 구걸행위가 대전시민과 대전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오후 1시 50분쯤 대전역에서 한 배낭여행객이 역 이용자들을 상대로 돈을 구걸하고 있었다. 그는 대전역 2층 대합실을 돌아다니며 대상자를 물색하고는 주로 20대 젊은 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접근해 "나는 배낭여행 중이고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려 하는데 돈이 4000원밖에 없다"며 "약간의 돈이라도 좋으니 좀 도와 달라"고 말하며 구걸을 일삼았다. 일부 사람들이 현금이 없다며 거절하자 카드 인출기로 안내하는 뻔뻔함도 보였다. 그는 40여 분 동안 역내 사람들 10명에게 접근해 비슷한 방식으로 구걸을 계속했다.

`베그패커`는 배낭여행객을 뜻하는 백패커(Bagpacker)와 구걸하다는 뜻의 베그(Beg)의 합성어다. 베그패커는 국내 여행 중인 외국인들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일부 내국인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여행 방법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한 배낭여행객들의 구걸 행위는 주로 서울에서 이뤄졌지만 최근 대전과 같은 지방에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베그패커의 구걸 방식은 다양하다. 이들은 "여행을 계속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말하며 동정을 호소하거나, 프리허그를 하며 금전을 요구하기도 한다. 저렴한 물건을 비싼 값에 재판매해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시민들은 베그패커들의 지나친 구걸 행위에 불편을 호소했다. 대전역 대합실에서 베그패커를 만난 이모(20) 씨는 "이유야 어떻든 나와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이 다가와서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베그패커들의 무분별한 구걸행위는 경범죄로 단속 대상이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구걸하도록 시켜 올바르지 아니한 이익을 얻은 사람 또는 `공공장소에서 구걸을 하여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사람`은 처벌 대상이다. 외국인들이 관광비자로 입국해서 세금을 내지 않고 물건 판매 등 영업 행위를 하는 것 또한 불법이다.

철도경찰대는 베그패커들의 구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철도경찰대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2016-2018년) 대전역과 서대전역 대합실에서 구걸행위를 하다 적발된 건수는 총 22건이다. 올해는 현재까지 24건의 구걸행위가 단속됐다.

철도경찰대 관계자는 "순찰이나 민원 접수를 통해 구걸행위가 적발된 배낭여행객들에게는 1차로 퇴거통보를 하고, 그래도 구걸을 계속하면 3만-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지속적인 단속을 이어가고 있지만 단속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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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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