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규모의 민간기업에 먼저 시행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시행 전과 마찬가지로, 사업운영이 어렵다는 기업의 한숨과 임금이 줄었다는 근로자들의 아쉬움은 일부 남아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선진정책의 추진도 여전히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 정책의 취지를 이해하고 동기를 부여받기 위해 노사는 잃는 것 뿐 아니라 얻는 것도 자세히 보아야 한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생산량을 유지한다면, 기업으로서는 법 위반을 피함과 동시에 생산비용을 절감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근로자로서도 야근을 줄여 지킬 수 있는 건강과 저녁시간의 여유로운 가정 내 활동은 연장근로수당으로 살 수 없는 확실한 행복이다.

실제로 최근 노동부가 국내 사업장 5000곳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근무혁신을 실천 중인 기업이 74.2%에 달했으며, 이 중 긍정적 변화로 직장 만족도 증가를 꼽은 기업이 34.6%, 업무생산성 향상을 꼽은 기업이 31.3%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은 노사 모두 잃을 것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그에 따라 근로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노사 모두 이득을 얻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연간 근로시간이 750시간이 적지만 노동생산성은 2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의 향상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장시간근로로 경제성장을 이뤘고, 이에 근로자들은 적은 기본급과 많은 연장근로수당의 기형적인 임금체계 아래 생활해 왔다. 지금 단기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들이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신규근로자를 채용하고 기존 근로자들의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는 것이며, 노사 합의를 통해 출퇴근시간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유연근로시간제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서 발생한 노사의 단기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는 채용과 교육훈련 지원, 근로자 임금 지원, 일터혁신사업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먼저 시행한 공공기관과 대부분의 300인 이상 기업은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여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된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이 올해 7월에는 근로자 300인 이상 규모의 특례제외 업종에, 내년 1월에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의 기업에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작년에 먼저 시행되었던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노사가 함께 고민하여 변화의 시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김경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노사상생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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