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소사이어티] 김병한 대림한의원장 인터뷰

김병한 대림한의원장. 사진=빈운용 기자
김병한 대림한의원장. 사진=빈운용 기자
"마치 빚을 갚은 느낌입니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대림한의원을 운영하는 김병한(80) 원장은 한달 전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새내기 회원이다. 그에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소감을 묻자 빚을 갚은 사람처럼 홀가분하고 뿌듯하다는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팔십 평생 살아오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한의사로서도 사랑받았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었다고. 때문에 지금까지 받은 것들을 다시 돌려줄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며 속내를 밝혔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도 있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있어 내가 있을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이 공허하지 않게 들리는 까닭이다.

김 원장은 지난달 초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 대전에서는 70호 회원이 됐다. 김 원장은 기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좋은 밝은 문화`라고 답했다. 많이 남긴다고 해서 반드시 잘 사는 것은 아니며 죽어서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 돈이기 때문에, 평소 자기 것을 조금씩 내어놓는 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와 함께 도움을 받는 이보다 도움을 준 자신의 마음이 더욱 편하고 흡족하기에 나눔을 멈출 수 없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올해로 55년째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 원장은 2017년 신문기사를 통해 아너소사이어티를 처음 접하게 됐다. 오랫동안 나름대로 나눔이란 걸 펼쳐왔지만, 그럼에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던 그는 금세 아너소사시어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존의 사회 기부단체들 중에는 일부 취지에 맞게 쓰이지 않는 곳도 있어 어디에 어떻게 기부를 해야 할 지 난감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아너소사이어티는 조금 달랐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

김 원장은 "기부를 해도 이를 좋은 곳에 잘 쓰는 사람들에게 해야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기부자의 의도와 다르게 운영되는 곳도 많지만 아너소사이어티는 소외계층과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금을 알차게 쓰는 곳이라고 판단했다"고 가입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로 팔순을 맞은 김 원장은 평소 사회에 무엇이든 환원한 후 생을 마감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 때문이었을까. 그는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두고 빚진 걸 갚은 느낌이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 원장은 "여러 봉사활동들을 펼쳐 왔지만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공헌하지 못했다. 학창시절을 포함해 지금껏 주위 여러 사람들에게 참 많은 걸 받아와 어떻게든 환원해야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들 좋은 대학 보낸 것보다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한편으로는 아너소사이어티를 좀 더 일찍 알지 못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는 "가입 당시 70번째 회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그 동안 이런 것도 모르고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결정에 가족들도 흔쾌히 지지하고 나섰다. 김 원장은 "만약 가족 구성원들의 반대가 있었다면 마음이 불편했을텐데 다들 내 생각에 찬성해줬다. 덕분에 마음도 홀가분하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960-1980년대 국민 대다수가 빈곤한 삶을 살았던 당시부터 왕진을 다니며 자신의 재능을 나누기 시작했다. 병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이들을 위해 10리가 넘는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왕진을 온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저녁 내내 침을 놓기도 했다. 김 원장은 "중풍 환자의 경우 직접 병원에 올 수 없지 않겠나. 그래서 오후 4시 이후면 환자들을 직접 찾아갔고 왕진비도 따로 받지 않았다"며 "내 역량이 닿는 만큼 도움을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뿐만 아니라 1998년부터 8년 간 대전종합청사에서 꾸준히 진료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일주일에 3번,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쉬지 않고 50명 가까운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내놓았다. 당시 한 대학 강의를 나갔다 봉사 제의를 받은 그는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병원에 몰려드는 환자들이 워낙 많아 짬을 내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결국 제의를 수락했고 이는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한의원을 접고 봉사를 간다는 게 어려웠다. 그러나 청사에서 기다리는 환자들을 돕다 보니 보람도 느끼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원장이 처음부터 나눔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다. 그는 과거 이른 바 짠돌이라고 불릴 만큼 절약 정신이 투철했다.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이밖에 생활 여러 방면에서 아껴가며 살아왔다. 주위에서도 그를 짠 친구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나눔의 기쁨을 맛본 후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김 원장은 "보통 쓰고 남은 것을 기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꼭 큰 돈을 벌어야만 기부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가족들 모두 아너소사이어티의 공동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나눔이라는 이름 아래 가족 모두 한 뜻으로 마음을 모았다는 의미기에, 자신에게는 크나큰 영광일 것이라며 작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기부라는 것이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어렵다는 걸 알기에 가족들이 심적 여유가 생겼을 때 천천히 가입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영환·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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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한 대림한의원장. 사진=빈운용 기자
김병한 대림한의원장. 사진=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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