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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동휠체어 이용자에게 보행로는 지뢰밭이나 다름없었다

2019-04-18기사 편집 2019-04-18 20: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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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18일 대전 중구 문화동의 한 보행로에 적치물이 놓여 있어 전동휠체어를 탄 상태로 지나갈 수 없는 모습이다. 사진=서지영 기자

"잠시 지나갈게요. 죄송합니다."

전동휠체어를 탄 채 대전 중구 문화동과 오류동 일대 보행로를 지나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했다. 보행로에는 장애물이 산재해 있고 전동휠체어가 지나기엔 비좁아 행인과 마주칠 때마다 양해를 구해야 했다. 전동휠체어에 앉아보니 평소 생각과는 다르게 보행로는 지뢰밭이나 다름 없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1년 장애인의 날이 지정됐지만, 현재까지도 장애인들의 일상은 녹록치 않다. 기자는 1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2시간 동안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 일대를 돌아다니는 일일체험을 했다.

전동휠체어 운행방법과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선 길이었지만 전동휠체어 운행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전동휠체어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가 아니다. '보행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행로로 다녀야 한다. 하지만 보행로 노면이 고르지 못해 휠체어는 시종 위태롭게 휘청거렸으며 간혹 깨져있는 보도블록이라도 발견하면 혹여 바퀴가 빠질까 재빨리 방향을 틀어야만 했다.

중구 문화동 계룡로 일부 보행로는 50㎝ 정도의 폭으로 보행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보행로가 좁아 차도로 이동해야만 했고 옆으로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혹시 차에 치이지는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불법 적치물도 전동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치명적이다. 한 보행로에서는 건설 현장에 쓰이는 공사 자재들이 인도를 차지하고 있어 통행은 불가능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전동휠체어를 도로로 옮겨서 이동해야만 했다. 장애인이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곤란한 상황이었다.

인도와 차도가 맞물리는 경사면에서도 주의가 요구됐다. 일반인의 눈높이에 완만한 수준의 경사면이라도 전동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전동휠체어를 정교히 조종하지 않으면 경사면에서 금세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체험결과 전동휠체어 이용자의 이동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었다. 교통약자들에게 이 도로는 매 순간 공포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이러한 보행로는 비단 전동휠체어 이용자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보행로 진입로 부근의 보도블록 턱이나 짧게만 느껴지는 횡단보도 시간은 거동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에게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골목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불법 주정차들도 좁은 골목길을 더욱 협소하게 만들어 통행을 방해한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평탄작업, 재포장 등 개선작업을 하지만 계절변화, 노후화 등 보행로에 수시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해 유지보수에 신경을 더 쓰겠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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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18일 대전 중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저상버스를 기다렸지만 좀처럼 오지 않았다. 사진=서지영 기자

첨부사진3대전 중구의 한 보행로가 너무 좁아서 전동휠체어 운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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