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 이어지며 배달음식 주문량 평일 대비 100-150건 증가

지난 6일 오후 7시 대전 신탄진 인근에서 배달대행업체 배달원들이 미세먼지에 노출된 채 배달업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영환 기자
지난 6일 오후 7시 대전 신탄진 인근에서 배달대행업체 배달원들이 미세먼지에 노출된 채 배달업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영환 기자
지난 6일 오후 7시 대전 대덕구 보건소 인근, 이미 해가 진 하늘이었지만 자욱한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했다. 이날은 대전에 미세먼지비상저감대책 조치가 닷새째 연이어 발령된 날이었다.

이 인근은 대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이날 대덕구 문평동의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7시 기준 120㎍/㎥를 기록했다.

보건소를 출발해 신탄진중 골목을 돌아 나왔다. 도로에는 저녁 시간대를 맞아 배달원들이 곳곳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이 일대에서 영업 중인 배달대행업체는 총 3곳. 이날 1시간 동안 신탄진 일대를 돌아다니며 목격한 배달 오토바이는 32대였다. 업체 직원들은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주문량도 덩달아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평소에는 하루 배달량이 500-600건 정도인데, 최근 들어 주문량이 100-150건 가량 늘어 하루 700-800건의 주문을 소화한다"며 "아무래도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고객들이 배달음식을 더 찾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도 변했다. 통상 하루 주문량 중 대부분이 오후 5-8시 사이에 몰리지만, 최근에는 오후 10-11시 주문도 늘었다. 그로 인해 1인 당 배달해야 하는 콜 수도 증가했다.

다른 배달업체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밤에도 여전히 많기 때문에 외출이나 산책을 자제하다 보니, 야식주문이 늘어난 듯하다"고 설명했다.

배달원들에게 마스크는 필수였다. 그러나 번거로웠다. 마스크는 그저 자욱한 미세먼지로부터 목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였을 뿐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배달원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착용해봤자…"라며 말을 이었다.

배달원 김모씨는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 힘들 정도다"며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를 껴도 퇴근할 무렵이면 목안이 쾌쾌하고 응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간에 배달하기 위해 달리다 보면 미세먼지 묻은 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김모씨와 대화하는 10여 분 간 그의 가슴팍에 달린 휴대전화에서는 가맹업체의 배달 알림음이 끊임 없이 들려왔다.

중년 배달원은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을 더 심하게 호소했다. 50대 초반의 배달원 이모씨는 목이 잠기는 것은 물론 코에서 피가 난 적도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씨는 "미세먼지에다 매연까지 코로 들어가다 보니 피가 난 것 같다"며 "뿐만아니라 눈도 찌르는 듯이 따갑고 마스크를 껴도 사실 별 차이가 없다"며 연신 기침을 토해냈다.

외식업계는 단순히 마스크로만 미세먼지를 방지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뿌연 먼지 탓에 밤에는 가시거리가 좁아져 배달운전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며칠 사이는 50m 앞도 채 보이지 않지만, 배달량이 평소 대비 20-25% 가량 늘어나 더욱 바삐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용철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사무국장은 "이달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점포 입장에서는 배달로 인한 매출이 상당히 늘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일선 배달원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는 것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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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7시 대전 신탄진 인근에서 배달대행업체 배달원들이 미세먼지에 노출된 채 배달업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영환 기자
지난 6일 오후 7시 대전 신탄진 인근에서 배달대행업체 배달원들이 미세먼지에 노출된 채 배달업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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