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 원리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 원리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미세먼지가 재앙 수준으로 창궐했다. 시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연일 사이렌 소리와 함께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고, 정부는 미세먼지를 중대재난 수준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회에서도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사태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여러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차량 2부제를 비롯해 공장가동 제한, 화력발전 셧다운, 경유차 운행제한 및 폐차지원 등 미세먼지 유발시설에 대한 제재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것 이외에도 자연을 이용해 흡수하고, 차단하는 대안도 등장했다. `미세먼지 차단숲`을 비롯 도시숲을 조성해 나무가 미세먼지 유입을 막고 흡수하는 계획이 수립, 올해 대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나무 한그루 미세먼지 35.7g=나무 한그루가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양은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크기인 연간 35.7g이다. 경유차량 1대가 연간 미세먼지를 1680g 배출하는 점을 고려하면 나무 47그루가 차량 1대의 미세먼지를 없애고 있는 셈. 나무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군락을 이룬 숲으로 조성되면 벽을 세운 것처럼 미세먼지를 막아내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7일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과학원이 위치한 홍릉숲 일대에 대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 비교한 결과 도시숲이 도심에 비해 부유먼지와 미세먼지 모두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당시 부유먼지(PM10)는 도심에서 평균 60.2㎍/㎥, 숲 경계는 40.6㎍/㎥, 숲 내부 51.2㎍/㎥, 숲 중심 42.4㎍/㎥이 각각 측정돼 도시숲 농도가 도심에 비해 평균 25.6% 낮았다. 미세먼지는 도심에서 평균 23.5㎍/㎥가 검출된 반면 숲 경계는 13.3㎍/㎥, 숲 내부 14.8㎍/㎥, 숲 중심 13.4㎍/㎥이 각각 측정돼 도심보다 숲이 평균 40.9% 적었다. 박찬열 산림과학원 박사는 "미세하고 복잡한 표면을 지닌 나뭇잎이 미세먼지를 흡착, 흡수하고 가지와 나무줄기가 침강하는 미세먼지를 차단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산업단지`에 조성된 도시숲도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입증됐다.

경기 시화산단의 경우 도시숲이 조성되기 전인 2000-2005년에는 산업단지보다 인근 주거단지 미세먼지농도가 9% 높았지만 2013-2017년 숲을 조성한 후 주거단지 미세먼지 농도가 53.7㎍/㎥으로 산업단지 59.9㎍/㎥보다 12% 낮아졌다.

인체 위해성이 높은 초미세먼지 농도 또한 산업단지보다 주거지 농도가 평균 17%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완충녹지인 도시숲이 조성된 후 3년간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단계 이상을 보인 날도 산업단지가 109일인 반면 주거지는 75일로 31% 감소했다.

산림과학원은 산업단지에서 주거지역으로 향하는 바람이 부는 경로에 `-자` 형태의 녹지대를 조성해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를 숲이 막아 유입을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구남인 산림과학원 박사는 "분석결과를 통해 도심뿐만 아니라 대규모 오염시설이 자리한 산업단지에도 녹지대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근거를 토대로 충청권의 경우 대전 1-4 산업단지, 충남은 대규모 화력발전 밀집지에 숲이 확충될 경우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와 고려대 이종태 교수팀이 대전을 비롯 7개 특광역시에 거주하는 성인 6만 5128명을 대상으로 `도시숲과 우울증상`에 대한 연관성을 평가한 결과 도시숲이 우울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밝혀냈다.

연구 결과 도시숲이 가장 적은 지역의 우울증상 상대위험도를 1로 가정했을 때 도시숲이 가장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의 평균적 우울증상 위험도는 0.813으로 평균 18.7% 낮게 나타났다.

권진오 도시숲연구센터장은 "도시숲이 미세먼지와 폭염완화 등 환경개선기능 뿐만 아니라 국민 정신건강에 유익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계기"라고 말했다.

한그루의 나무가 미세먼지를 줄이고, 사람의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챙기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된 것.

◇나무심기 어디서 이뤄지나=내달 5일 제74회 식목일을 맞아 충청권 지역에서 나무심기 행사가 이뤄진다. 대전은 동구 용운동, 중구 안영동, 서구 가수원동, 유성구 덕명동, 대덕구 장동 5곳에서 편백과 산수유, 왕벚, 산벚, 잣나무 등 9700그루의 나무가 10㏊의 면적에 심어질 예정이다. 세종은 연기면에 백합나무 등 2종 300그루를 5㏊에 심기로 예정됐다.

충남의 경우 충남도청을 비롯 천안, 공주, 보령 등 16곳에서 11만 1200그루를 57.5㏊의 대지에 식재해 충청권에서 가장 많은 나무 심기가 이뤄진다.

충북은 청주, 충주, 제천 등 11개 지역에서 7만 4900그루의 나무를 46㏊에 식재할 계획이다.

이밖에 식목일 행사에는 국민참여 나무심기, 내 나무 갖기 캠페인 등도 함께 진행된다.

나무를 시민과 도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도 계획됐다.

세종은 이달 중 세종조경수연합회가 세종시 전의면에서 아로니아 3000본을 나눠준다.

충남은 천안, 보령, 금산, 서천, 청양, 홍성, 예산, 태안 8곳에서 오는 27일부터 내달 5일까지 유실수와 편백, 매실, 감나무, 헛개나무 등 2만 6900본을 도민에게 제공한다.

특히 서천군은 내달 5일 서천군 시초면 신곡리에서 감나무 등 2종 1만 본을 군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충북은 청주, 충주, 제천, 보은, 옥천, 영동, 진천, 괴산, 음성, 단양 등 10곳에서 8만 5300본을 나눠준다.

이중 청주시는 오는 22일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매실나무 등 6종 3만 본, 괴산군은 괴산문화예술회관에서 헛개나무 등 3만 본을 선착순으로 나눠준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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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도시숲 미세먼지 저감효과.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나무와 도시숲 미세먼지 저감효과. 자료=국립산림과학원 제공
7일 대전지역 전역에 미세먼지저감조치 재발령이 내려진 가운데 대전 서구 갈마동 일대 도심 하늘이 미세먼지로 가득 차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7일 대전지역 전역에 미세먼지저감조치 재발령이 내려진 가운데 대전 서구 갈마동 일대 도심 하늘이 미세먼지로 가득 차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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