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너소사이어티 3호 이승호 경북한의원 원장

이승호 경북한의원 원장. 사진= 빈운용 기자
이승호 경북한의원 원장. 사진= 빈운용 기자
이승호 경북한의원 원장은 행복을 자신이 아닌 타인과의 나눔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밥 한 끼를 먹을 때도 남에게 사주는 5만-6만 원짜리 식사에는 거침 없이 지갑을 열지만 스스로에게는 1만 원만 넘어가도 부담스럽다. 태생부터 물욕 없이 타고났다는 그는 대화를 이어가는 중간에도 올해는 또 어떤 기부를 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산타 아저씨` 또는 `슈바이처 박사님`으로 통하는 이 원장은 2012년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 발을 내딛으며 대전에서는 3호 회원이 됐다.

이 원장에게 나눔의 의미를 묻자 조금도 망설임 없이 "나의 행복이자 기쁨의 원천"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남들보다 여유 있는 만큼 더 쓰는 것이 당연하다"며 얼굴에 웃음 한 가득을 머금기도 했다. 이를 방증하듯 그를 만나기 전 머물렀던 대기실 양 벽면과 진료실 내부, 개인 집무실에는 30년 가까운 기쁨의 흔적들이 사진과 공로패, 표창장 등의 형태로 걸려 있었다.

김 원장은 대전 아너소사이어티 3호 회원이자 단체형 모금 프로그램인 나눔리더스 클럽의 창립 회원이기도 하다. 2011년 `사랑의 온도탑` 캠페인에서는 4500만 원을 기탁해 개인 기부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주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발벗고 나선 지는 어느 새 30여 년이 됐다. 1993년 부친의 뒤를 이어 한의원을 차린 그는 대덕구청의 도움을 얻어 매년 노인복지시설, 요양원, 보육원 등을 방문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의사가 직업인 만큼 각 시설마다 매달 적게는 3회에서 많게는 5회에 걸쳐 의료봉사를 진행했으며 보약을 달여 이웃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젊었을 때만 해도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당연시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에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나눔 활동에 적극성을 띠게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삶은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은 유년 시절부터 그의 몸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이제는 이유를 묻는 것조차 어리석은 일이 됐을 정도로 나눔은 그의 삶 일부가 됐다.

이 원장은 "아버지께서는 형제지간에도 누가 얼만큼 벌든 나눠 살아라 하실 정도로 나눔의 가치를 강조하셨다"고 회고했다.

이 원장의 나눔 활동에는 유독 교복 지원이 잦다. 학창시절, 등굣길에 남의 교복을 물려 입거나 소매 등이 다 해진 교복을 입고 오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 그 기억이 뇌리에 생생하게 남은 탓에 10년이 넘도록 한해도 빠짐 없이 교복 지원 활동을 벌여왔다.

이 원장은 "새 교복을 입고 새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는 학생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그들 역시 열심히 공부해서 훗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올해부터는 무상교복 사업이 실시되면서 본의 아니게 교복 지원이 어렵게 됐는데 다른 분야의 더 좋은 기부 활동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아낌없이 주는 소나무와 같은 그의 모습에 과연 가족들은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졌다.

이 원장은 다행히 식구들도 자신처럼 물질적인 부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빙그레 웃었다. 오히려 주변 이웃들과 가진 것을 더 나누라며 독려해줬다고 한다. 그의 아들 역시 아버지의 나눔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는지 "같이 더불어 사는 세상인데 나도 아빠처럼 봉사해야지"라고 말했단다.

그는 "아깝다고 생각하기보다 나로 인해 지역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부하고 있고 가족 역시 같은 생각이다. 내가 벌은 만큼 나눔으로써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선친에 이어 이 원장, 그리고 이제는 아들까지, 그의 집안 나눔 사랑은 3대째 내리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의 남다른 기부 열정은 그에게 다양한 별명을 안겨줬다. `예스맨`, `슈바이처 박사`, `산타 아저씨` 등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시시때때로 선물 꾸러미를 안겨줄 뿐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이웃에게는 무료로 진료해주기도 한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로부터 2010년 9월에는 노인의 날 표창장을, 2013년 10월에는 대한민국 나눔 국민대상이라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그런 별명을 불러주니 황송할 따름이다. 무료 치료는 본인 부담금은 어쩔 수 없지만 가정 형편이 굉장히 딱한 경우에는 해주기도 한다. 남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만큼 이웃들을 위해 더 많은 걸 전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부가 위축되어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남기는 한편 대전 시민들의 기부 활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100원의 여윳돈이 있는 사람이 80원으로 줄면 소비가 위축되듯 경기가 악화되면서 기부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을 살펴보면 자신의 것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일부러 시간을 내 봉사활동을 펼치는 분들은 더 대단하다"며 "용기를 내서 작은 것부터 나눔을 실천한다면 그 기쁨과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이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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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경북한의원 원장. 사진= 빈운용 기자
이승호 경북한의원 원장. 사진= 빈운용 기자
이승호 경북한의원 원장. 사진= 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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