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휴먼스토리 ② 세종 아너소사이어티 1호 최윤묵 서창산업 대표

최윤묵 서창산업 대표가 세종고, 세종여고 학생들을 만나 장학금을 전달했다. 사진=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최윤묵 서창산업 대표가 세종고, 세종여고 학생들을 만나 장학금을 전달했다. 사진=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최윤묵 서창산업 대표는 고향인 세종시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각별하다. 세종에 공동모금회가 첫발을 내딛자 곧바로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1호 가입자가 된데 이어 아내인 임영이 씨도 13호로 동참, 부부가 동반 가입한 첫 사례가 됐다.

16일 오전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서창산업 회장실에서 만난 최 대표에게 고향에 대해 물으니 얼굴에 깊은 미소와 함께 안타까움도 묻어났다. 그는 세종시에는 주변에 대전, 천안, 공주, 청주에 둘러싸여 지역을 대표하는 학교가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고 했다. 세종이 주변 교육 도시들의 기세에 눌려 학맥이 이어지지 못한다는 생각에 학생들을 위한 고액기부를 결심했다. 막상 기부를 결심하고나니 어떻게 기부하면 좋을지 방법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는데, 때 마침 세종 공동모금회가 출범하면서 아너소사이어티와 인연을 맺게됐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사방이 교육도시로 둘러싸여 있으니 다들 외지로 공부하러 가잖아요. 우리 지역 학교들을 좀 살려야겠다고 생각해서 기부를 결정했죠. 개인적으로 기부하려고 하니 난감했는데 마침 세종 사랑의열매가 생겨서 기부를 하게 됐습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아너소사이어티 기부금 1억 원을 완납하고, 세종고등학교와 세종여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오랜 시간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며 공부하는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나눔고리 장학금을 만들어 사회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성장해 주변을 살피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소망을 전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준다면 도움을 받은 아이들도 그 나눔을 똑같이 실천하게 돼 있습니다."

고액의 기부금을 낸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복 받으려고 한거지요"라며 짧고 겸손한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최 대표는 공동모금회가 생기기 전부터 한달에 한 번은 남 몰래 기부를 했을 정도로 기부를 생활화 했다. "무엇보다 기부하면 기쁘잖아요. 기분이 좋아요.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는데 우리가 갖고있는 생필품 중에 개인이 쓰는 건 30퍼센트도 못쓴다고 합니다. 소위 사회적으로 돈 좀 벌었다고 하는 사람은 정말 그 돈중에 얼마나 쓰고갈 수 있겠어요. 우리나라는 특히 아이들을 위해 재산을 남겨줘야 한다는 게 크죠. 하지만 사회가 잘 돌아가서 아이를 키워내는 곳이 돼야지 개인이 망하면 절벽으로 떨어지는 사회가 돼선 안됩니다. 기부를 해서 사회가 좋아지고, 사회가 아이를 키워 내는 게 제일 좋은거죠."

최 대표는 4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지치지 않고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끔 만든 원동력이 기부라고 설명했다. 나이를 잊은 열정으로 그가 운영하는 서창산업은 이제 세종시의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섰다. 서창산업은 사과, 포도 과즙 판매업을 국내 최초로 시작해 현재는 가장 큰 규모의 과즙회사로 성장했으며, 이제는 휴게·주유소 운영업으로 발을 넓혔다.

최 대표의 나이를 잊은 열정은 자연스레 사회환원으로 이어졌다. "남은 생을 생각하면 얼마 안 남았거든요. 번 돈을 다 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사회에 기여하고 가는 게 좋죠. 일을 많이 해서 사람을 많이 쓰는 공장을 만드는 게 지역을 위한 길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이천, 죽전, 옥계 휴게소·주유소와 구리 휴게소를 인수해 남다른 미적감각과 사업수완으로 매일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휴게소로 만들어 냈다. 특히 최근에는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던 구리휴게소에 주유소를 유치하기 위해 문화재청을 찾아 여러 번 설득한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이중 옥계(속초방향)휴게소는 동해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을 갖춰 최 대표가 이곳을 인수하고 나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게소 5곳`에 꼽히기도 했다. 그는 운영하고 있는 휴게소와 주유소를 하나하나 설명하며 사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옥계휴게소는 해돋이 조망 장소로도 인기가 좋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한번 놀러와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해돋이를 여기서 봤는데 휴게소가 산 위에 있으니까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정동진보다도 일출을 잘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처음 이곳을 인수하고 나서 가봤더니 동해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옷가게가 있었거든요. 그곳을 카페로 만들어서 커피를 마시면서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만들고, 강원도 특색을 살려서 직접 뽑은 면으로 만든 막국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세종 아너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는 최 대표는 고액기부자 네트워크인 아너소사이어티 모임에도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아너소사이어티 1호라고 자연스럽게 회장이 된거죠.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 한 분들이 정말 모두 좋은 분들입니다. 자주 모이면 좋은데 다들 바빠서 모임을 하면 13분 중에 절반도 모이기가 어렵기는 합니다. 요즘 기부문화가 많이 위축 됐다고 하는데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한다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잖아요. 그렇다보니 누구에게 강요하는 게 참 미안합니다. 제가 말 주변이 없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 남몰래 기부하고 있는 분들이 많기도 해서 쉽게 이야기 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너소사이어티가 더 커지면 사람들이 아너소사이어티를 보고 `아 정말 괜찮다`라고 느껴서 스스로 기부를 결심하고 아너소사이어티로 가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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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묵 서창산업 대표는
최윤묵 서창산업 대표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준다면 도움을 받은 아이들도 그 나눔을 똑같이 실천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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