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 대형서점 어린이책 구독용 좌석이 텅 비어 있다. 사진=원세연 기자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 대형서점 어린이책 구독용 좌석이 텅 비어 있다. 사진=원세연 기자
15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A대형서점.

새학기를 앞둔 겨울방학, 아이들로 북적여야 할 이곳 서점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수십명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구독용 좌석은 텅 비어 있었고, 동화책 등 어린이 책이 진열된 코너에는 단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30여분이 지나자 구독용 테이블에 노트북을 켠 성인 한 두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후 2시 대전 중구에 위치한 B 대형서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점 바닥에 주저앉아 동화책을 읽던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참고서를 사려는 중고등 학생들의 모습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3-4년 전만해도 방학동안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외국어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이 서점가를 가득 메웠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B서점 대표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방학때는 부모 손을 잡고 서점을 찾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책 읽던 아이들이 서점 대신 학원을 순회하다보니 이런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며 "서점 성수기인데도 지난해 동기대비 매출이 10%가량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점가가 최대 성수기인 겨울방학을 맞았지만,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린 아이들과 독서량 감소로 지역 서점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초중고 참고서 판매가 가능한 서점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인서점 등은 존폐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몇달째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 위치한 C서점 사장은 겨울 방학 매출을 기대했지만 학생들이 아침부터 학원으로 향하는 발길을 볼때마다 속이 타들어간다.

C서점 사장은 "학교에서 학업 부담 경감 이유로 방학숙제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다보니 독서를 하는 아이들보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들만 넘쳐난다"며 "방학전 오후 3시에 문을 열던 학원들도 오전 10시부터 여는데, 아이들이 언제 서점을 오고 책을 사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절반 가량이 책을 안 읽거나 월 1권 이하 독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독서량의 감소와 온라인, 전자책 등 다양해진 도서 구입 경로 탓에 대전은 지난 2003년 240개 달하던 서점수가 지난 2017년 127개로 감소했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방학때라도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청에서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부모도 독서 지도없이 아이를 방치하면 폭력적인 추리물이나 웹툰 만화 등만 보게 돼 독서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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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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