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멈춘후 4시간 이상 코 풀면 안돼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겨울이 되면 코피가 나서 한의원을 찾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성장기니까 보약이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내원한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살펴보면 허약해서 코피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건강한 아이들이 코피가 나서 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 아이들이 코피를 흘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아이들이 코피가 날 때 가정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코피는 콧속 점막의 혈관이 어떤 이유에 의해 터져서 피가 나는 것으로, 비출혈이라고도 한다. 비출혈은 출혈 부위에 따라 코 앞쪽에서 나는 경우를 `전방 비출혈`, 코 안쪽 깊숙한 곳에서 나는 경우를 `후방 비출혈`로 구분하는데, 90% 이상이 전방 비출혈이다. 전방 비출혈은 콧구멍 입구에서 1-2㎝ 정도 떨어져 있어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비중격 전단의 `키셀바흐 부위`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부위는 모세혈관들이 많이 모여 있고, 이 모세혈관을 한 층으로 된 얇은 호흡기 점막이 덮고 있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혈관이 손상돼 코피가 날 수 있다. 즉, 코피가 자주 나는 이유는 콧속 점막에 손상을 가하는 크고 작은 외상들이 원인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습관적으로 코를 파거나, 코가 강한 물건에 부딪히거나, 얼굴을 씻으면서 코를 문지르거나, 코를 세게 풀 때 점막에 강한 압력이 가해져 발생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코피가 날 때 부모들은 절대 당황해서는 안되며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당황하게 되면 아이는 더욱 흥분해 지혈이 늦어지거나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우선 지혈 솜이나 휴지로 콧구멍을 막고, 코끝(콧방울 양쪽)을 가볍게 5-10분 정도 눌러준다. 이때 지혈 솜이나 휴지는 코 아래쪽에 닿을 수 있도록 비교적 크게 만들어 넣어야 하며, 아이의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눕히지 말고, 고개를 앞으로 숙여줘야 한다. 간혹 입에 피가 고이는 경우 삼키지 말고 뱉어내게 한다. 코피가 멈춘 후에는 최소 4시간 이상 코를 풀거나 후비게 해서는 안 된다. 집에서는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가습기를 켜 실내 습도를 40-50%로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피로감을 자주 호소하거나 체력이 약한 경우, 편도선염이나 비후성 비염 등 질환이 있는 경우는 한의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다만 반복적으로 코피가 나는데 양이 많은 경우, 또는 밤이나 새벽에 출혈이 나는데 코피가 나는 부위가 코 앞쪽이 아닌 경우는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후방 비출혈의 경우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 심장질환 등 순환장애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가정에서 지혈이 어렵고 전기소작술이나 혈관결찰술, 수술실에서 지혈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박정용 천수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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