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장의 화려한 변신…`화산 1914 문화창의공원`=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화산 1914 문화창의공원`은 평일에도 타이베이 시민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다. 이곳은 100여 년 전 술을 만들던 양조장이었다. 현재는 영화관, 전시관, 창의예술활동 공간 등으로 재탄생해 타이베이시의 명소가 됐다. 양조장이 폐기되면서 공장 부지를 그대로 재활용해 2007년에 `화산 1914 문화창의공원`으로 탈바꿈됐다. 복합문화창작공간, 예술 단지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양조장은 1987년 지방으로 이사하면서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들어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철거 예정이었던 공장은 예술가들과 정부의 논의 끝에 지금 같은 문화 공간이 됐다. 이후 공연장, 전시장, 공방, 카페와 식당이 차례로 입주하며 현재 모습이 됐다. 외부는 폐허에 가까운데 내부 공연장과 각종 디자인·액세서리숍, 팝업 스토어는 눈길을 끈다. 100년 전 모습의 외면에 21세기의 내면을 가진 흥미로운 공간이다.
건물 초입 역시 허름한 외벽이 특징이다. 외벽은 군데군데 벗겨져 있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특히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이라는 느낌이 와 닿는다. 하지만 내부는 달랐다. 매일 수 십 여개에 달하는 행사가 열리는 만큼 신식으로 리모델링 돼 내부로 들어가기 전 보게된 외벽은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마침 한 켠 에는 화려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행사는 대만 정부가 주최했다. 청년들의 사회문제를 다루는 의미있는 행사라는 게 통역사의 해설이다.
행사를 주최한 한 관계자는 "대만은 청년들의 사회적 문제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취업과 결혼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에 맞춰 대만 교육부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런 자리를 만들고 있다. 연중 행사가 아니다. 분기별로 이러한 행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둘러보니 30여 개의 코너가 운영되고 있었다. 문제해결 능력, 인식개선, 힐링 등 다양한 컨셉으로 열렸다.
이 곳 관계자는 매일 수 십 가지의 공연과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 곳에는 자유로움이 일상화된 곳이라는 느낌이 전해진다. 입구 앞 광장은 평소 연주가 계속된다. 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아쉽게도 비가 내려 여유로운 풍경은 확인할 수 없었다.
양조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건물 초입에 위치한 안내소에서 지도를 챙기면 유용하다. 이 공간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면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돌아봐야 한다. 작은 갤러리와 카페, 디자인 매장, 음반 매장, 영화관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공장 뒤편에는 큰 잔디 광장이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 타이베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청년들의 집합공간…`송산문화창조단지(쑹산원촹위안취)`=송산문화창조단지는 1937년 일본 지배 시기 설립된 담배공장이다. 2001년 문화공간으로 바꾸면서 타이완디자인박물관, 디자인센터 등이 들어섰다. 옛 모습 그대로인 `ㅁ`자 건물이 특징이다. 이 곳은 청년들의 집합공간이라 할 수 있다. 매년 400-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이를 방증하듯 각각의 건물에는 인근 대학들의 졸업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방문한 날에도 2개의 대학에서 수 백명이 졸업전시회를 열고 시민들에게 자신의 작품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청년들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단지 광장에는 대만의 중화항공(china-airlines)과 유명 대기업들이 기업설명회를 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기업들은 앞다퉈 이 곳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화항공 관계자는 "이 곳은 청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우리는 매년 주기적으로 이 곳을 찾아 기업을 홍보한다"라며 "이를 통해 얻어지는 기업 홍보 효과는 어떠한 광고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젊은이들로 `북적북적`한 모습은 현재까지도 생생한 모습으로 남고 있다.
송산문화창조단지 건물 내부는 대전에 위치한 옛 충남도청과 매우 흡사하다. 전체적인 색감과 스타일, 창문틀, 바닥, 계단 등은 도청의 구조 일부를 연상케 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조물은 친근함마저 들게 한다. 이 곳의 역사가 80여 년 가까이 흘렀지만 새로운 형태로 꾸며져 청년의 집합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일제시기 조성된 이 건물은 1999년까지 담배공장으로 쓰였다. 이후 담배공장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도시재생이 시작됐다. 현재는 전시회 등 한해 300여 개의 각종 행사가 열린다. 대학과 기업, 일반 시민들을 위한 행사로 1년 내내 사람들이 찾고 있다.
위니 라이 송산문화창조단지 홍보 담당은 "담배공장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이 건물은 대만 정부가 유산으로 편입했다. 일본이 남긴 유산을 최대한 보존해 재생활동을 벌였다는 게 핵심"이라며 "2001년 도시재생에 대한 설계를 했고 현재까지 보전되고 있다. 외부는 허름하지만 건물의 안전만큼은 각별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곳에 한 해 동안 방문하는 일반 시민과 외국인은 5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매년 방문 인원이 늘고 있다"라며 "담배공장은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대만 타이베이=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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