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상가들 공실률 70-80% 소유주들 울상

세종시 어진동 소재 6층 건물. 3층-6층 사무실이 입점되지 않은 채 비어있다. 사진=조수연 기자
세종시 어진동 소재 6층 건물. 3층-6층 사무실이 입점되지 않은 채 비어있다. 사진=조수연 기자
"이제 세종시에서 상가분양 피켓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으로 보일 정도예요."

12일 오전 10시 30분 세종시 도담동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딸린 3층 규모 상가동. 3년 전 상가 한 칸을 분양받아 슈퍼마켓을 차린 심은미(53·여)씨는 손님 한 명 없는 가게의 계산대에 앉아 스마트 폰만 만지작거렸다.

심 씨는 "이제 세종시에서 상가를 분양 받으면 망한다는 인식이 파다하다"며 "되팔고 떠나버리고 싶지만 워낙 상가가 안나가니, 싸게 월세를 놓고 대출이자만 갚고 있는 소유주도 많다"고 말했다.

텅텅 빈 상가 건물이 줄지어 있는 풍경은 타 생활권도 다를 바 없었다.

이날 오후 1시 쯤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주변의 한 상가는 에스컬레이터 운행도 멈춰놓은 채 적막만이 맴돌았다. 이 건물의 상가 169곳 중 26곳에 가게가 입점해 운영 중이었다.

이 건물의 여자화장실은 6칸 중 3칸만이 개방 돼있고, `입점 상가 수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방하겠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칸 안에는 휴지가 비치 돼 있지 않고, 세면대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찬물만 흘렀다.

건물 앞을 지나던 대학생 하상경(23·여)씨는 "인터넷 쇼핑이 일반화된 요즘 무조건 상가 건물을 많이 지어놓는 것은 맞지 않다"며 "특히 세종시는 가장 젊은 도시인데 젊은 사람들은 음식부터 옷까지 싸고 편한 인터넷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진동에 위치한 한 상가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입점 문의가 워낙 안 들어와 인테리어 비용을 대폭 지원해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브랜드를 유치하려고 한다"며 "세종시는 사람 구하기가 힘들고 최저임금도 올라 가게를 내려고 했던 점주들도 주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복도시건설청은 상가공실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생활권별 표본조사에 들어갔으며, 1년 정도 소요 될 전망이다.

행복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생활권별로 나눠서 권역별로 샘플을 조사해 대처하겠다"며 "자체공실률 뿐만 아니라 타 신도시와도 비교 해 여러 가지 방면으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상가공실 문제는 출범 당시부터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손꼽혀 왔지만, 정작 세종시는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시에서 상가공실 관련해 특별히 추진하고 있는 건 없다"며 "상가공실률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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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세종시 어진동의 한 상가 안내 현수막. 대부분의 상가가 공실로 남아있다. 사진=조수연 기자
12일 세종시 어진동의 한 상가 안내 현수막. 대부분의 상가가 공실로 남아있다. 사진=조수연 기자
12일 세종시 새롬동 소재 상가 2층 미분양 상가에 빈 박스가 방치 돼 있고 천장 전선이 노출돼 있다. 사진=조수연 기자
12일 세종시 새롬동 소재 상가 2층 미분양 상가에 빈 박스가 방치 돼 있고 천장 전선이 노출돼 있다. 사진=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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