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귀엽게 생긴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한의원을 방문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여기 저기 신기하게 둘러보던 아이는 필자를 보자마자 울먹이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로 한의원에 온 것인지 물어보니, 며칠 전부터 아이가 밤에 잠을 자다가 갑자기 깨서 울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등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대개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외부활동이 많아지는 5-7세 정도 아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잠이든지 1-3시간이 지난 뒤에 증상이 나타나며, 우는 아이에게 말을 시키거나 흔들어도 인식을 못한다. 다음날 잠에서 깬 아이에게 물어봐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개 증상은 10분 정도 지속되는데, 아이는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방안을 빙빙 돌거나 걸어 다니다가 슬며시 다시 쓰러져 잠을 자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야제증 또는 야경증이라고 부른다. 야제(야경)증은 대개 1-5% 정도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성장하면서 저절로 낫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동안 수면부족으로 체력이 약해져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고, 간혹 전간(뇌전증)으로 병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특히 아이가 자다가 일어나서 멍하게 있거나, 손으로 무언가를 움켜쥐려고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야제증 보다는 뇌전증의 소 발작을 의심해봐야 하므로 빨리 진찰을 받아야 한다.

야제증의 원인은 대개 낮 시간 동안 피로와 심한 스트레스, 불안감, 수면 부족 등이다. 한의학에서는 야제증을 한증과 열증, 구창, 중설, 객오, 기허, 심허 등으로 변증해 치료를 하고 있으므로, 집에서 걱정을 하는 것보다는 진료를 받고 증상에 따라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가 야제증이 나타난다면 가정에서는 다음의 사항을 지켜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자다가 발로 차거나 머리를 부딪치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할 때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으며, 잠들기 전에 무서운 옛날 이야기, 영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낮 시간에 아이가 너무 심하게 놀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절해주고 스마트폰과 같은 좁은 화면 응시, 케이블 TV의 화면전환이 잦거나 색채가 강한 만화화면 보기 등 변화가 없거나 변화가 너무 강한 빛 자극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부모는 지나친 걱정으로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해 증세를 더욱 심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야간 수면 전 일정시간은 조명을 점차 어둡게 해 빛 자극이 부드럽게 적용되도록 하며 되도록 환경을 차분하게 만들어 줘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박정용 천수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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