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아파트 공급량이 주춤하면서 전세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5일 대전의 한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서구 둔산동의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빈운용 기자
대전 지역 아파트 공급량이 주춤하면서 전세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5일 대전의 한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서구 둔산동의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빈운용 기자
대전 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이 전국 최고수준을 기록해 무주택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세종은 신규 공급 증가로 낮은 전세가율을 보였지만, 대전은 공급이 줄어든 데다 도심지에 대기수요가 몰려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5일 한국감정원, 국토교통부, 지역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대전 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은 76.1%로 전국 평균 73.7%를 웃돌며 특·광역시 중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연도별 대전 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의 경우 2016년 74.2%, 2017년 75.1%를 기록, 해마다 증가했다.

세종의 경우 공급과잉 등으로 52.1%에 불과해 대전과 24% 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충남 지역도 75.9%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주택 유형별로 대전 지역 전세가율은 주택 종합이 70.2%, 아파트 76.1%, 연립다세대 67.5%, 단독주택 49.8%를 보였다.

특히 서구의 공동주택 밀집지역이 대전지역 전세가율을 높이는 견인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 서구 둔산동 향촌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 기준 매매가는 2억 7000만 원, 전세는 2억 3000만 원으로 전세가율이 85.1%를 기록했다.

인근 샘머리1차 아파트도 84㎡ 기준으로 매매가는 3억 500만 원이지만 전세가는 2억 4500만 원으로 전세가율이 80.3%로 나타나 전국 평균치를 훌쩍 넘겼다.

서구 월평동 황실타운아파트는 84㎡ 기준으로 매매가는 2억 7500만 원, 전세가는 2억 3000만 원으로 전세가율이 83.6%에 육박했다.

전세가율이 높아진 주된 원인으로는 둔산권역을 중심으로 매매·임대를 원하는 대기수요가 많은 것이 지목됐다. 학교, 상가 등 생활 환경이 원도심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신도심으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

대전 서구의 한 공인중개사업자는 "인근에 사이언스컴플렉스가 들어설 예정인 데다 학군도 타 지역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아 임대든 매매든 수요자들이 많다"며 "전세가율이 워낙 높고 앞으로도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6월부터는 전세 매물이 아예 동났을 정도"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혼부부 등 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최주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장은 "전세가율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을 2가구 이상 가진 임대인들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와 정부가 나서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확보해 아파트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며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은 출퇴근길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도심을 조금 벗어나 비교적 전세가격이 낮은 곳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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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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