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

지난달 추석연휴의 끝 무렵 `파킨슨병 앓는 아버지 살해한 장애아들 무죄. 시신유기는 징역 4년` 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를 읽었다. 파킨슨병 아버지를 9년째 집에서 혼자 간병하다 살해한 지적장애 3급 아들의 처지가 안타깝다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언론에서는 `치매투병 남편 돌보던 77세 아내 동반자살` 등 치매로 인한 가족공동체의 붕괴를 지속적으로 기사화하고, 이를 통해 치매를 사회공동체의 문제로 얘기해왔다. 치매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파킨슨병 치매는 모든 환자들이 치매증상 이전에 파킨슨병을 앓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치매뿐 아니라 손 떨림, 경직, 보행장애 등의 운동 증상을 갖는데 병이 진행된 후에는 보행장애로 인한 고관절 및 척추 골절로 침상생활을 하기도 한다. 이밖에 약효소진현상, 이상운동증 등으로 혼자 움직이는 데 제한이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은 대개 가정을 떠나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한 현 정부에서는 치매환자들을 돕고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치매 연구 지원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치매에 더해 운동 증상까지 있어 환자들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파킨슨병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고, 제도적 지원 역시 아쉽다.

우리나라는 이미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고령인구의 증가와 비례해 늘어나는 만성질환 중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은 치매와 파킨슨병이다. 두 질환 모두 노화가 가장 큰 위험인자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 발병률은 최근 10년 사이 2.5배 증가했고, 약제비를 제외한 파킨슨병 진료비도 비례하여 가파르게 증가하는 실정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파킨슨병에 걸렸다거나 손을 떠는 증상을 보이면, 주위에서 수군대기도 하고, 사교모임에서 배제시킬 정도로 파킨슨병을 부정적으로 여긴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가 발병 후 병원을 방문하는 데 9.4개월이 걸릴 만큼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인 듯 싶다.

만성질환인 파킨슨병은 갑자기 나빠지지도 않고, 암이나 뇌졸중 같이 급성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정보를 얻어 꾸준한 약물복용과 운동을 병행한다면, 스스로 일상생활을 누릴 정도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파킨슨병 아버지를 살해한 장애아들의 사례는 둔감한 사회를 향한 작은 비명이 아니었을까. 파킨슨병에 대한 국가적 제도 마련과 지원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각지대부터 그늘져가는 고령사회에서 발생할 문제들을 제때에 막기 어려울 것이다. 오응석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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