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송유관공사 대전지사 전경 / 사진=원세연
대한송유관공사 대전지사 전경 / 사진=원세연
10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금고동에 위치한 대한송유관공사 대전지사 저유소.

인적이 드문 산길 고개를 넘어 대전지사 저유소에 당도하자 10-32m 지름의 거대한 유류 탱크들이 두 눈에 들어왔다. 유류 탱크들 사이로는 각 탱크들을 잇는 송유관들이 빼곡히 설치돼 있었고 24개의 출하대에는 각기 다른 정유사들의 유조차가 정차해 기름을 옮겨 담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금고동 저유소는 대한송유관공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송유관 공사는 각 지역으로 기름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지난 7일 화재가 발생한 고양을 비롯해 대전과 천안, 판교 등에서 저유소를 운영중이다. 대전에는 금고동과 신상동 등 2곳이 있으며 이날 기자가 찾은 금고동 저유소에는 약 8100만ℓ의 기름이 18개의 탱크에 유류별로 나뉘어 보관돼 있었다. 외견상으로는 고양 저유소보다 안전관리가 비교적 양호해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 금고동 저유소 역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고양 화재의 관리 부실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인 허술한 감시체계가 이곳에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금고동 저유소에는 저유소 내·외부를 감시하는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이곳 역시 CCTV만 감시하는 인력은 모자랐다. 모니터링은 2인 1조로 통제실에서 이뤄지고, 경비실에서도 경비원들이 CCTV를 감시할 수 있는 구조지만 약 17만㎡ 부지를 감시할 수 있는 CCCTV는 단 13대에 불과했다.

대전 저유소 내부 탱크와 수풀 근처에 화재 조기 진압이 가능한 스프링클러가 없는 점도 불안 요소였다. 저유소 내부 곳곳에는 수풀이 자라 있었지만, 스프링클러는 유조차들이 오고가는 출하장에만 존재했다. 소화포와 가스감지기 등 화재 진압 관련 장비가 곳곳에 갖춰져 있긴 했지만 화재를 감지해 자동으로 물을 쏘는 스프링클러는 화재 조기 진압에 중요하다. 앞서 전문가들은 고양 저유소 근처 잔디밭에 스프링클러 등 화재 조기 진압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한 바 있다.

이외에도 유류 탱크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불과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인근 야산에 등산로가 개설돼 있어 등산객들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등산로는 대전시에서 관리하는 대전둘레산길 6-7구간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곳 등산로 중 일부 구간은 등산로에 서서 저유소 탱크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가깝다. 고양 저유소 화재 당시 스리랑카인 A씨(27)가 날린 풍등이 약 300m 떨어진 고양 저유소 잔디밭에 낙하한 점을 상기할 때, 이 또한 등산객들로 인한 화재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대한송유관공사 대전지사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CCTV로 부지 내 저유시설들 감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나, 혹여 눈에 잘 안 띄는 사각지대 등이 있을 수 있으니 한 번 더 면밀히 검토해 볼 것"이라며 "현재 고양 저유소 화재가 경찰 수사 중에 있으니까 원인 조사가 되고 예방 대책이 나오면 그에 따라서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도 "해당 등산로는 애초에 시민들에 의해 결정된 곳이었고 나중에 시에서 유지보수 사업을 맡게 되면서 관리하기 시작했다"며 "저유소와 가까워 시민들이 위험하다고 느낀다면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노선을 변경하거나 안전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7일 고양 저유소 화재 원인으로 스리랑카인 A(27)씨가 저유소 인근 강매터널 공사장에서 날린 풍등을 지목했다. A씨가 날린 풍등이 휘발유탱크 옆 잔디에 떨어지며 화재가 발생했고, 이 불씨가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들어가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폭발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휘발유와 저유시설 등 약 4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경찰은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쯤 A씨를 긴급체포해 지난 9일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10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기각됐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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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탱크 인근 등산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산불조심 현수막 / 사진=원세연
유류탱크 인근 등산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산불조심 현수막 / 사진=원세연
대전 저유소 인근 등산로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유류 탱크 / 사진=원세연
대전 저유소 인근 등산로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유류 탱크 / 사진=원세연
인근 등산로에 설치된 표지판 / 사진=원세연
인근 등산로에 설치된 표지판 / 사진=원세연
대한송유관공사 대전지사 저유소 유류탱크 / 사진=원세연
대한송유관공사 대전지사 저유소 유류탱크 / 사진=원세연
저유소 내 소화포 / 사진=원세연
저유소 내 소화포 / 사진=원세연
유류 탱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 / 사진=원세연
유류 탱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 / 사진=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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