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7일 오전 4시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내 과일 경매시장에 과일상자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7일 오전 4시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내 과일 경매시장에 과일상자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17일 오전 4시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의 과일 경매 시장. 동이 트지 않은 깜깜한 새벽, 경매장 내부는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할 만큼 과일 상자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중도매인들은 발 디딜틈 없는 과일 상자 사이를 오가며 보다 좋은 상품을 고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곳곳에서는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대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도매시장의 분위기는 한 껏 달아올랐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냉해, 폭염 등으로 작황이 부진해 물량이 줄었다. 때문에 중도매인들은 조금이라도 질이 좋은 상품을 가져가려 경매시작 전부터 미리 맛을 보거나 눈치싸움을 벌였다.

오전 4시 30분이 되자 참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됐다. 단상 위에 오른 경매사는 원산지명, 판매자, 등급, 가격 등을 반복적으로 빠르게 읊어댔고, 앞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는 중도매인들의 번호와 응찰 가격이 끊임없이 바뀌고 있었다. 같은 가격이라도 먼저 응찰에 임한 사람에게 상품이 돌아가기 때문에 중도매인들은 기회를 놓칠까 손에 쥔 응찰기를 꼭 부여잡았다. 이날 경매는 참외, 포도, 메론, 복숭아, 사과, 배 순서로 진행됐다.

평소보다 출하량이 줄어든 탓에 한때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마음에 들었던 상품을 아쉽게 놓친 한 중도매인은 이를 선점한 중도매인에게 일부라도 가격을 조금 더 붙여 팔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실수로 응찰 버튼을 눌렀다며 재경매를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상품을 얼마에 낙찰 받느냐에 따라 생계가 걸려있어 그만큼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날 추석 대표 제수 과일인 사과(홍로·5㎏ 기준)는 지난 해 3만-4만 원에 거래됐지만 올해는 폭염 등으로 5만 원을 훌쩍 넘겼다. 배(신고·7.5kg 기준) 역시 2만 5000-3만 원 선에서 3만 7-8000원 대로 크게 올랐다. 이날 거래된 총 물량은 200t인데 지난해 비해 물량이 30% 정도 줄어든 탓이다. 낙찰 최고가는 사과(홍로·5㎏ 기준)는 6만 원, 배(신고·7,5㎏ 기준)는 3만 5000원, 포도(캠벨·5㎏ 기준)는 2만 3000원에 거래됐다. 경매는 장장 5시간을 걸친 끝에 오전 9시 반에 종료됐다.

김용보 대전중앙청과 전무이사는 "올해는 냉해와 폭염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출하량이 줄었고 그만큼 가격도 많이 오른 편"이라고 말했다.

중도매인 오병자(57)씨는 "사과(홍로)의 경우 저장이 불가능하고 명절이 지나면 가격이 반으로 뚝 떨어지기 때문에 경매에 나온 과일 수량이나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며 "소비자들도 예전과 달리 품질을 꼼꼼하게 따지기 때문에 응찰에 나설 때 허투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경매에서는 낙찰된 과일을 곧바로 구매하려는 시민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충남 논산에서 차로 40여 분을 달려왔다는 남윤숙(41)씨는 "값싸고 질 좋은 과일을 구매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나섰는데 그만한 보람이 있다"며 손에 쥔 사과 박스를 들어보였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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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7일 오전 4시 30분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내 과일 경매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과일박스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상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7일 오전 4시 30분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내 과일 경매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과일박스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상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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