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선고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재판 직후 한 발언에 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1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부끄럽다.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계에 복귀하겠다는 의지에 표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구속 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됐고, 안 전 지사의 부인도 안 전 지사에게 유리한 증언을 내놓으면 정계 복귀설이 나온 바 있다. 또 지난 3월 5일 김지은 전 수행비서의 미투 폭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로 도지사 직을 내려놓겠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는 발언도 복귀설에 불을 지핀 대목이다. 정계 은퇴가 아니라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계의 한 관계자는 "충남지사까지 지낸 정치인인 만큼 그의 말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시 태어나겠다`는 말은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며 "사죄를 해도 모자란 상황에 `다시 태어나겠다`는 발언은 의미심장하다"고 해석했다.

반면 의지가 있더라도 성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한국의 정치풍토를 고려했을 때 그의 정계 복귀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더라고 하더라도 도덕적 문제는 그냥 덮힐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특히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이자 차기 대권주자를 꿈꾸던 정치인이었던 만큼 그에게는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형사적인 처벌에 관해서는 면죄부를 줬지만, 도지사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 자신의 비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점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구 갈마동에 거주하는 김가영(33·여)씨는 "개인적으로는 법원의 판결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여성문제가 깔끔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신의 행위로 가족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는데, 정치인으로 다시 복귀해 지도자가 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군에 거주하는 이모(41)씨도 "정계 복귀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 충남도민과 가족, 공직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오욕을 안겼다"며 "처절히 반성하고 정치에 다시 발을 들일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달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