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칼럼] 금이 간 치아

서민석 원광대 대전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
서민석 원광대 대전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왼쪽 아래 어금니가 아파서 씹지를 못한다는 50대 남성의 진료를 본 적이 있다. 여러 치과를 방문했지만 치아에 이상이 없다고 들었다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환자의 치아와 방사선 사진을 확인했지만 왼쪽 어금니들은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충치도 없는 매우 건전한 치아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위쪽 두 번째 어금니에 금이 가 있었다는 점이다.

어금니의 씹는 면은 편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한데, 이는 씹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어금니에는 봉우리가 있고 골짜기가 있는데 이 골짜기 부위에 구조적으로 금이 가기 쉽다. 또 골짜기에 금이 숨겨져서 확인이 잘 되지 않기도 한다. 때문에 금이 간 치아를 제대로 진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고 예전보다 더 많은 치아를, 더 오래 쓰게 되면서 금이 간 치아는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금이 간 치아는 40대가 넘어가면서 급격히 증가한다. 조선 시대 서민의 평균 수명이 35세 이하였다는 연구가 있는 것을 보면 금이 간 치아는 현대인의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치과보존과에서 신경치료를 하게 되는 치아들의 20-30%는 금이 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이 간 치아의 운명은 금이 어느 정도 심한가에 따라 좌우된다. 금의 정도가 심하고 방향이 치아 중심을 향할수록 뽑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금을 확인할 수 있는 부위는 잇몸 위로 드러난 부위뿐이다. 방사선 사진으로 금이 간 것은 잘 확인이 되지 않 때문이다. 그래서 금이 간 치아의 운명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금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흔히 크라운이라고 불리는 전체를 덮어 씌우는 치료법이 시행된다. 하지만 금이 심한 경우나 통증 및 불편감이 심한 경우는 치아 내부의 신경염증이 동반된 경우이기 때문에 신경치료를 하고 덮어 씌워야 한다. 덮어 씌웠다고 하더라도 금이 더 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의미일 뿐이고 금을 없앤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상태를 관찰 하는 것이 좋다.

금이 심하게 간 경우 치료 직후에는 불편함 없이 잘 씹을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치아 뿌리 쪽의 금이 벌어지면서 염증이 심하게 생기고 뿌리가 완전히 쪼개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에 한번 씩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좋다. 금이 간 치아는 예방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뜨겁고 차가운 음식이나 마른 오징어처럼 질기고 딱딱한 음식 등은 치아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서민석 원광대 대전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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