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칼럼] 커피에 反하다

`천 번의 키스보다도 더욱 사랑스럽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그의 곡 `커피 칸타타`에서 커피를 일컬어 열 번도 아니고, 백 번도 아닌, 천 번의 키스보다 더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커피의 매력을 이보다 더 강렬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쟁사회를 지탱하는 필수재가 되어 버린 커피, 과연 커피는 무해한 것인가.

한약국 문을 연 이른 아침, 젊은 여성이 이마를 찡그리며 들어온 적이 있다. 명치쪽이 아프고,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한데 음식은 먹지도 않았으며, 간혹 한 번씩 이런 증상이 재발된다고 했다. 왼손에 아메리카노 한 컵을 들고 있기에, 커피를 자주 마시냐고 물었다. 자신은 물은 안 먹어도 사는데, 커피를 못 먹으면 죽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위염 증상을 설명해주고, 복약법과 식습관에 관해 주의를 주고 환자를 보냈다. 그리곤 생각했다. 그렇게 계속 마시면, 커피를 못 먹어서 죽는 게 아니라, 커피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고.

커피의 카페인은 위산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빠르게 하기도 하지만, 과다한 위산분비로 인해 위벽에 상처를 내고 염증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위벽이 얇거나, 위염의 기왕력이 있는 사람들은 공복에 커피를 마시거나, 하루에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면 위염 증상 악화의 가능성이 높다. 커피는 체내 철분 흡수를 방해하고, 소변을 통해 칼슘을 배출한다. 따라서 평소 빈혈증상이 있거나 임신 및 산후조리중인 여성, 폐경기 여성, 골다공증 환자나 성장기 청소년에게 추천할 만한 기호품은 아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연세 지긋하신 노인이 전립선치료를 받는데, 밤낮으로 소변을 자주 봐서 아주 성가시다고 했다. 노인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보니 커피를 꽤나 좋아하신다며, 바리스타 못지않은 지식을 뽐냈다. 식사하고 나서 커피를 마시면 소화도 잘되고, 친구들과 만나면 커피를 마시는 게 다반사라는 것이다. 커피가 주는 그 여유로움과 멋을 필자 같은 문외한이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전립선과 방광 기능이 떨어진 노년층의 빈뇨에 커피는 독약이다. 커피의 이뇨작용으로 빈뇨는 악화되고, 불면은 심해지니, 결국 여유로움과 멋은 한방에 사라진다.

커피는 서양에서 온 기호품이다. 서양 음식은 육식과 밀가루가 기본이다. 또한 서양인은 어떠한가. 체격이 크고, 피부 조직만 봐도 견고함이 느껴진다. 따라서 커피는 평소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육식과 밀가루 음식을 잘 소화하는 태음인들에게는 괜찮은 선택이다. 하지만 평소 채식을 선호하고 위장기능이 약한 소음인과 음허하기 쉬워 몸의 진액이 부족하고 긴장도가 높은 소양인에게 과도한 커피사랑은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니다.

차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다산(茶山)`을 호로 쓰신 정약용 선생조차도 차를 과다하게 마시면 정기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커피도 차처럼 과도하게 마신다면 정기를 훼손시킬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천 번의 키스가 담긴 성배일 커피가 누군가에게는 독배일수 있기에, 일상에 스며들어 어느덧 `문화`가 돼 버린 커피지만, 항시 주의를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김정수 원광한약국 한약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