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 인터뷰

한용덕 감독은 모든 에너지를 그라운드에 쏟아붓는다고 했다. 한 감독은
한용덕 감독은 모든 에너지를 그라운드에 쏟아붓는다고 했다. 한 감독은 "선수들의 눈빛은 그라운드에서 빛나야 한다"며 "앞으로 주전급 뎁스강화, 리빌딩, 세대교체 등의 목표를 한 단계씩 밟아 강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뉴미디어팀
세상의 눈이 그에게 쏠려있다. 지난 10년 동안 팀 앞에 붙여진 `꼴찌`는 지난 4개월동안 잊혀졌다. 바닥을 헤매던 팀은 그가 부임하자마자 한 계단씩 오르더니 지난 달엔 전반기를 `단독 2위`로 마감했다. 26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어느 덧 `명장`, `덕장`이란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마술을 부린 것처럼 모든 것은 뒤바뀌었다.

`짜릿한 반전`을 내고 있는 한화이글스의 사령탑 한용덕(53) 감독 얘기다.

한화이글스는 올 시즌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달 들어 2위 수성을 두고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다.

시즌 초만해도 한화이글스는 꼴찌 팀으로 지목됐다. 지난 10년 간 보여준 한화 야구가 그랬다. 시즌 개막후 8경기는 2승 6패. 다들 예상했다는 듯 악평를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 4월엔 5위에 들더니 5월 들어서는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강팀인 두산, SK, LG에도 밀리지 않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 정말 `한용덕 매직`일까.

"감독으로 부임한 후 가장 고민스러운 게 팀이 정체돼있는 것과 고참, 신진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많다는 점이었어요. 리빌딩하고 성적도 내겠다고 했지만 과연 얼마나 그런 것들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한 감독은 부임 후 시즌 모든 경기를 `도전`으로 보고 당장의 성과보다는 멀리 내다보며 `팀 만들기`에 나섰다. 그는 "임기 내에 좋은 팀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와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화가 우승했던 1999년, 한 감독은 선수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1988년부터 정식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한화는 준우승도 4번에 달하는 강팀이었어요. 그 땐 야구를 하면 순위권 안에서 싸우는 것으로 알았죠. 준우승을 4번 거치면서 우승했을 땐 우승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지만.(웃음) 감독으로 부임할 때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항상 선두권에서 싸우는 명문 구단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죠."

부임하자마자 정상을 향해 달리는 한화를 보며, 어쩌면 한 감독의 생각보다 더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주변에서 쏟아진다.

한 감독은 부임 후 `자율 야구`에 시동을 걸었다.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양에 맞춰 반복적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본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한 그의 복안이었다. `자율 야구`로 시작된 그의 선수들에 대한 신뢰는 팀을 변화시켰다. 선수들은 성장했다.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분위기도 달라졌다.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그는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의 저력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기에 제가 좋은 평가를 받는 거죠.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이 기량과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선수들에 의한, 선수들을 위한 구단이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보조자 역할만 잘하면 된다고 봐요."

한 감독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도 달라진 한화를 만들어가는 핵심이다.

한 감독의 현역 시절은 최정상급이었다. 통산 120승을 올린 선발 투수로 맹활약했다. 완투만 60번에 달했다. 그러다 동아대 1학년 때 야구를 그만뒀다. 트럭 운전, 전기배선공을 하며 야구를 잊으려했다. 돌아오고 싶었지만 돌아올 용기가 없던 그를 다시 마운드에 서도록 한 건 북일고 은사인 김영덕 감독이었다.

"야구 선수 생활을 하다 그만 둔 적이 있어요. 3년 정도 야구를 놓았을 정도로 야구 선수로 순탄한 길을 걸어온 건 아니었죠. 어려운 일을 겪었기에 오히려 그 경험이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하는 중심이 됐죠."

그의 경험은 선수들에 무한 신뢰를 주고 능력만 되면 고참이든 신진이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발판이 됐다. 신구의 조화는 한 감독의 예상보다 더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자연스런 내부 경쟁으로 경기 집중력이 높아지고 뒷심이 나온다. 주전급 선수층(depth) 강화란 중장기적 목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진 선수를 기용하는 과감함에는 주저함이 없다. 승부사 기질이다.

한 감독은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눈빛이 살아있고 전투력이 있어야 한다"며 "실력이 아직 부족한 거 같아도 전투력이 있다면 장래성이 있기에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둔다. 상대와 싸우는 전력은 수비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어, 수비력을 중점으로 신진 선수 기용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시절일 때와 감독일 때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선수 시절,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그라운드에서 소진하자고 했고 감독이 된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모든 에너지를 한 경기, 한 경기에 쏟아붓죠."

현재까지 한화는 올 시즌 최다 역전승 팀이다. 한 경기도 쉽게 이기는 경기가 없었다. 반대로 쉽게 승부를 내주지도 않는다. 매 경기를 타이트하게 가져간다.

스트레스도 많을터다.

"스트레스요? 술로 풀죠.(웃음) 운전을 좋아해서 드라이브를 많이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무거워져서 빠르게 풀 수 있는 방법은 아무래도 술이죠. 술 한 잔하고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요."

그는 인터뷰 중에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사명감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눈빛은 강해졌고 확신을 내보였다.

한화 팬들의 시선은 이제 가을야구 너머에 있다.

한 감독은 임기 내에 우승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임기 마지막 해에 우승을 목표로 팀 주전급 뎁스 강화, 리빌딩, 세대교체 등을 차근차근 만들어가려고 해요. 올 시즌은 가을야구를 노려볼 만한 정도, 다음해는 좀 더 전진, 임기 3년 째엔 도전할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자였는데 올해 상황이 이러니, 가을야구만 목표로 가진 않으려고 해요."

한화의 저력은 더이상 매직에 머물러 있지 않다. 한화의 진짜 비상은 지금부터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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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감독이 경기를 이긴 후 선수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한용덕 감독이 경기를 이긴 후 선수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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