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몸담았던 무용단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안 좋은 기억은 없고, 가족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단원들과 함께 움직이지 못한 다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1997년부터 22년 동안 대전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무용의 세계를 선보인 허은하 대전시립무용단원이 지난 22일 퇴임식을 가졌다.

허은하씨는 대전시립예술단의 명예퇴직 제도 도입 이후 첫 사례자다. 전국에서는 지난해 광주시에 이어 두번째로 명예퇴직제도를 통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준 예술단원이 됐다.

김란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시절인 23살 때 대전시립무용단 상임단원으로 입사한 허씨는 6명의 예술감독의 지도를 받아 매년 30여 회의 크고 작은 공연들에 참여하면서 대전시민들에게 기쁨을 선물했다.

처음 무용단에 입단할 때부터 20년 동안 활동한 뒤 퇴직을 계획했고, 올해부터 도입된 명예퇴직제도를 통해 제 2의 인생을 찾아 나선다.

허 씨는 "20년을 돌아보면 제 자신이 대견하다"며 "그동안 몸담았던 무용단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좋은 기억만 떠오르고 정들었던 단원들을 뒤로한다는 게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퇴임 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허씨는 "시립무용단이 지금의 인지도를 얻는데까지 선후배들과 동기들의 노력이 매우 컸다"며 "워낙 단원들은 무대에 열심히 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는 혹시라도 본인의 명예퇴직으로 인해 부담을 가질 수 있는 명예퇴직 대상 무용단원들을 챙겼다. 허씨는 "지금의 대전시립무용단이 있기까지 선배무용수들의 역할이 컸다"며 "그 나이대에 맞는 역할이 있고 그들의 대전예술에 대한 기여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씨는 시립무용단의 중견무용수이지만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출산 후 2주 만에 무용단 정기평정 오디션에 참석하고, 공연을 하다 2m높이의 무대에서 떨어지기도 하는 등 무용단원으로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딸과의 시간에 충실하기 어려웠던 허씨는 퇴직 이후의 시간을 딸과의 추억을 쌓는데 쓸 예정이다.

허씨는 "딸과 친구같은 사이로 지내지만 그동안 무용단원으로 생활하면서 딸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해 항상 미안했다"며 "올해까지는 딸이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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