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직자들 허위 경력 위조 감리회사 등서 일해

허위 경력확인서에 사용된 위조 직인들. 원본 직인과 붉은 원 안 부분이 다르다. 사진=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 제공
허위 경력확인서에 사용된 위조 직인들. 원본 직인과 붉은 원 안 부분이 다르다. 사진=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 제공
#1. 정부 부처에서 일하다 3급으로 퇴직한 공무원 A는 생활하수과, 수도정책과 등에서 인허가와 예산 업무만 맡았지만 `설계 용역 감독` 전문가로 둔갑했다. 본인이 허위로 경력확인서를 작성하고 인허가나 예산 지원 대상인 지자체 30곳에 관인을 날인했다. 퇴직 후에는 설계전문업체에 재취업해 지자체 하수도정비 침수예방 사업 등 12억 원대 설계 용역을 수주했다.

#2. 같은 공사 지역본부에서 일하던 직원 5명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례도 있다. 3급 직원 B 등 5명은 자신들이 수행하지 않은 이웃 부서 전기공사를 감독했다고 허위 경력확인서를 각각 작성하고 한국전기기술인협회에 제출했다. 이때 지역본부장 직인을 위조해 날인하기도 했다. 이들은 퇴직 후 재취업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6억 원에 달하는 감리용역을 따내고 책임감리원 등으로 활동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퇴직한 기술자 5명 중 1명 꼴로 허위 경력증명서를 만들어 재취업 등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감시단은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 근무 후 10년 내 퇴직한 전력·정보통신·소방·원자력 등 4개 분야 기술자 4658명 중 953명(20%)의 경력증명서가 허위로 판명됐다고 27일 밝혔다. 공로연수나 휴직기간에 공사나 용역을 감독한 것처럼 꾸민 사례는 약과다. `을`의 위치에 있는 지자체에 경력확인을 받은 `갑질` 공직자도 있었고 공기업의 직인까지 위조해 허위 경력확인서를 제출한 사례까지 확인됐다.

감시단은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단체·공기업 퇴직 건설기술자의 허위 경력 실태를 점검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기술 경력을 사업수행능력 평가자료(PQ)로 활용하는 다른 기술 분야도 퇴직 건설기술자와 마찬가지로 경력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업계 등의 지적에 따라 추가 전수 점검에 들어갔다.

지난해 점검 결과와 합산해 보면 5개 분야 공공기관 퇴직 기술자 9891명 중 2647명(27%)이 허위 경력자로 드러났다. 이중 65%에 해당하는 1717명은 퇴직 당시 고위직으로 재직했다. 분야별로 보면 건설 35%, 소방 18%, 정보통신 16%, 전력 13%, 원자력 11% 등이었다. 기관별 허위 비율은 중앙부처가 48%로 가장 높았고 지자체 32%, 공기업 19% 순이었다. 이들 가짜 전문가는 상당수가 퇴직 이후 국민 생활 안전과 직결된 설계·감리 분야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감시단은 허위 경력자는 업무정지토록 하고 허위 경력확인서를 발급해준 공무원은 징계 등 조치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허위 경력자를 활용한 업체도 관여도 등을 고려해 입찰제한 등 제재가 가해질 전망이다. 직인 위조 등의 방법으로 문서 위조에 적극 가담한 12명은 수사 의뢰했다.

정부는 이번 점검을 통해 드러난 불공정·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건설기술자의 공정한 경력관리를 위해 도입을 추진중인 경력관리 전산 시스템을 다른 분야 기술자 경력관리에도 도입함으로써 허위 경력 증명서 발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또 감독 업무에 관련도가 미미한 고위직이 부하직원의 경력 전부를 자신의 경력으로 인정받는 관행을 업무관여도에 따라 차등 인정받도록 올해 안에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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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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