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등 의미 있는 연구 이어져

멜라닌 생성 효소 유전자(Tyrosinase)를 교정해 만들어진 생쥐.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로 유전자의 특정위치에서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치환했다. 그 결과 태어난 생쥐(Tyr #4, 가운데)는 눈과 털이 하얗게 되는 히말라야 돌연변이가 발현돼 백색증이 나타났다. 자료=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멜라닌 생성 효소 유전자(Tyrosinase)를 교정해 만들어진 생쥐.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로 유전자의 특정위치에서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치환했다. 그 결과 태어난 생쥐(Tyr #4, 가운데)는 눈과 털이 하얗게 되는 히말라야 돌연변이가 발현돼 백색증이 나타났다. 자료=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고 마음이 불안해진다. 가끔 손발이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움직임이 둔해져 글씨체가 바뀌고 아무런 어려움 없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기억이나 의사결정능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망상이나 편집증적인 정신병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조기 치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무도증(Chorea)이라는 헌팅턴병의 증상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세균 감염이나 영양 부족으로 병에 걸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헌팅턴병과 같은 유전병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유전병은 3500종류가 밝혀져 있다. 신생아 중 1%에서 1개의 유전자에 의한 결함이 발견되며, 0.5%에서 전체적인 염색체 이상이 발견된다.

멜라닌 색소가 만들어지지 않아 피부, 모발, 눈의 색소가 결핍돼 자외선에 취약해지는 백색증(알비노), 구리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신체 내에 축척돼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윌슨병, 기억 등 인지 기능이 퇴보하는 알츠하이머병, 상처가 나면 피가 멎지 않는 혈우병 등이 대표적 유전병이다.

예전에는 천형으로만 생각했던 유전병을 해결하려는 의미 있는 연구들이 최근 이어되고 있다. 유전자 가위 분야가 특히 두드러진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단장 연구팀이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Adenine Base Editor)`를 이용해 생쥐의 DNA 중 원하는 염기 하나만을 바꿨다. 동물 개체에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를 적용한 첫 사례로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돌연변이 생쥐의 성체에 염기교정 가위를 적용해 정상 유전자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DNA는 생명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구아닌(G) 네 개의 염기가 서로 쌍(A-T, C-G)을 이뤄 염기 서열을 만든다. 마치 0과1의 2진수로 구성된 파일이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파일에서 몇개의 문자만 바뀌어도 심각한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 유전자 가위는 이같은 버그를 찾아 정상 파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염기교정 가위를 생쥐 배아에 전달해 멜라닌 색소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염기 교체를 시도했다. 멜라닌 색소 형성 유전자가 망가지면 일명 `히말라야 돌연변이`가 유도된다. 염기교정 가위 전달 결과, 유전자의 염기가 교체돼 백색증(Albino) 생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생쥐 유전체인 28억 쌍의 염기 중에 단 하나의 염기만을 교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은 듀센 근위축증이 발병한 생쥐를 대상으로도 실험을 진행했다. 염기교정 가위를 성체 생쥐 근육에 주입한 결과, 돌연변이 염기가 정상 염기로 바뀌었다.

김진수 단장은 "이번 연구는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를 이용해 질환 동물을 개발하거나 유전질환의 원인인 돌연변이를 정밀하게 교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명공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에 지난 28일 토요일 오전 4시(한국시간) 게재됐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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