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경쟁 치열

KISTI 슈퍼컴퓨터 성능 진화
KISTI 슈퍼컴퓨터 성능 진화
정보통신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슈퍼컴퓨터가 `국가경쟁력의 척도`라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슈퍼컴퓨터는 과학연구나 일기예보에 쓰는 기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산업, 국방, 문화 등 슈퍼컴퓨터의 활용 영역이 넓어진 지 오래다.

우주 거대구조 시뮬레이션, 사이버의료 연구, 김치냉장고, 영화 컴퓨터그래픽(CG) 제작. 이질적인 네 단어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단시간에 분석하며, 연구자와 연구자를 빠르게 이어주고, 가상의 실험으로 제품개발 시간을 단출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즐거움까지 안겨준다.

슈퍼컴퓨터는 최적의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시스템으로 보통의 컴퓨터로 계산하기 힘든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복잡한 과학문제를 위해 제작된 초고속 연산을 지원하는 컴퓨터다.

1988년 도입된 KISTI의 슈퍼컴퓨터 1호기 성능은 2기가플롭스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 324테라플롭스(TF) 수준의 4호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6월 서비스를 목표로 4호기의 약 70배인 25.7페타플롭스(PF) 의 슈퍼컴퓨터 5호기를 구축 중에 있다. 30년만에 연산속도가 100만배 이상 빨라지는 셈이다. 1PF는 1초에 1000조번 연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매년 6월과 11월에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서 연산속도 기준으로 세계 각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순위를 발표하는데 2017년 11월 기준 10위권에 해당된다.

슈퍼컴퓨터 5호기는 복잡하고 어렵고 위험한 과학기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슈퍼컴퓨터가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난제를 발굴하는 노력이 병행됐다. 사회 안전을 위한 지진 해석 및 예측, 첨단 가상원자로 기술 개발, 우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가상우주발사체, 신약개발을 위한 가상세포모델링 분야들이 모두 이러한 난제에 해당된다. 슈퍼컴퓨터 5호기는 도출된 난제들의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필요한 계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특히 최근 발표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이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중심이 될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인프라로서의 역할 또한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근간이 되는 빅데이터 계산에 슈퍼컴퓨터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된 신산업 발굴, 가상설계를 이용한 제조업 혁신 등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분야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슈퍼컴퓨터 5호기에는 유기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동 기술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일찍이 슈퍼컴퓨터를 국가 미래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간주하고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세계 과학기술 분야의 최강국인 미국은 세계 최초로 슈퍼컴퓨팅 법안을 도입한 이후, 과학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문제해결과 산업혁신 분야에 슈퍼컴퓨터를 전 방위적으로 앞세운 국가차원의 R&D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다. 또한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로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자리를 차지한 이후 활용과 기술개발 분야에서도 미국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전통적인 슈퍼컴퓨터 강국이었던 일본은 다양한 분야의 슈퍼컴퓨터 활용 확대를 목표로 생명과학, 소재, 자연재해, 산업혁신, 우주기원의 5대 중점분야의 9개 집단연구과제를 도출해 슈퍼컴퓨터로 집중 지원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제2차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과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에 따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초고성능컴퓨팅 역량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말로 정부의 `국가 초고성능컴퓨터 1차 기본계획`이 마무리됐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2차 기본 계획이 추진된다. 핵심은 페타스케일 컴퓨팅 자체개발과 주요 기술의 국산화다. 슈퍼컴퓨터 5호기는 국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지능정보사회 구현의 핵심 인프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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