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날 특집]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KRISS가 개발 및 보급하고 있는 인증표준물질(CRM).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KRISS가 개발 및 보급하고 있는 인증표준물질(CRM).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재는 행위 속에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시계를 보고 옷차림을 위해 기온을 확인하며, 출근하는 차량 안에서는 속도와 목적지까지의 거리에 집중한다. 이처럼 어떠한 물리량을 재는 행위를 `측정`이라고 한다. 정확한 측정은 국민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입증된 결과로 안심해야 먹고 소비할 수 있는 시대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만든 측정표준은 우리 일상생활에서부터 산업체 전반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활용된다.

KRISS는 헌법 제127조 제2항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를 근거로 설립됐다. 측정표준은 원천적인 공공기술로 그 분야도 매우 다양하며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국가 고유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KRISS는 1975년 설립 이래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 길이, 질량, 온도 등의 측정표준을 정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1980-90년대에는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통 기간산업 분야인 길이, 질량, 광도 등의 표준을 주로 연구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지속 발전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보통신, 나노재료 산업을 위한 측정표준이 각광받았다. 나아가 최근에는 국민의 필요성에 부응하고자 국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식품, 환경, 보건·의료, 방사선 안전 분야에 대한 표준까지 연구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하게 다가온 이슈를 꼽자면 단연 미세먼지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눈을 뜨면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측정 농도를 확인한다. 새로운 측정이 어느새 일상으로 스며들었고, 우리는 전적으로 국가의 미세먼지 측정체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연구는 갈 길이 멀다. 대표적인 예가 미세먼지의 근원과 영향을 밝혀내는 추적기술의 부재다. 현재의 국내 미세먼지 영향 평가는 위성영상이나 대기 질 모델링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시뮬레이션의 일종이기 때문에 실제 관측치와 비교했을 때 오차가 크다.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탓에 정부의 정책 또한 큰 그림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기 질 악화의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지목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산`이라는 과학적 입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KRISS가 명확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중국발 초미세먼지를 입증해 대국민 관심을 높였다. 가스분석표준센터 정진상 책임연구원팀이 중국 춘절기간 동안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μg/m³) 수준인 것을 발견,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해 춘절 불꽃놀이에 사용한 폭죽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것이다.

정진상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국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며 "동북아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연구 및 정책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확한 측정을 바탕으로 한 문제점 파악이 최우선이다. 각종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미세먼지의 농도, 배출원, 영향 등 대책 수립에 필요한 모든 것이 측정과 연관돼있다.

우리가 길이를 측정하는 데 미터(m)라는 단위가 기준으로 필요하듯, 모든 측정에는 측정표준이라는 기준이 수반돼야 한다. 물론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지구 어디서든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해야만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발생원에 따라 성분에 차이가 있고 그만큼 광범위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신뢰성이 확보된 측정이 결코 쉽지 않다. 국내 측정소의 미세먼지 측정값이 체감 오염도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그만큼 측정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의 미세먼지 우려를 해소하고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KRISS는 `미세먼지 국가 측정체계 신뢰성 기반구축` 연구에 착수한다.

KRISS는 미세먼지의 발생원인, 생성 매커니즘 및 이동,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밀측정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에 의해 구축되는 실시간 측정 분석 시스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측정표준과 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KRISS 분석화학표준센터 임용현 센터장은 "각기 다른 종류의 미세먼지 3종 이상에 대해 CRM을 개발하고 화학적 조성, 동위원소비, 입자 크기 및 구조 등 다양한 특성을 평가할 것"이라며 "미세먼지의 생성과 영향에 대해 정확하게 추적해 국민들이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 이 기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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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SS 가스분석표준센터 정진상 책임연구원이 실시간 액화포집 시스템을 이용해 초미세먼지를 포집 후 분석하고 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KRISS 가스분석표준센터 정진상 책임연구원이 실시간 액화포집 시스템을 이용해 초미세먼지를 포집 후 분석하고 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KRISS 연구진이 의료용 방사선 측정장치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KRISS 연구진이 의료용 방사선 측정장치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전경.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전경.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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