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흐르는그곳] 32. 청주 운리단길

유림필방. 사진=김진로 기자
유림필방. 사진=김진로 기자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긴 한적한 상가.

등·하굣길 초등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에 잠시 생기가 돌다가도 아이들이 자취를 감추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조용해지는 곳.

번화가와 동떨어진 구도심 이면도로에 위치한 상가의 풍경이다.

청주 흥덕구 운천동 `흥덕초등학교` 인근에 자리 잡은 이면도로 상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5년 택지개발이 시작되면서 흥덕초 재학생은 2000명에 달하는 규모가 큰 학교였다.

하지만 2010년께부터 도심 공동화가 진행되면서 학생수가 급격히 줄더니 호황을 누리던 주변 상가도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도매업을 위주로 하는 업종만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그나마도 상가 서너 곳 중 한 곳에는 `임대`라는 광고지가 붙어있을 만큼 빈 점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발길이 끊긴 이면도로 변에 위치한 상가에 일반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소매 업종들이 입점을 꺼렸다.

일반 소매 업종들이 입점을 꺼리면서 이곳 상가 활성화는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이곳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청주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청주 운천동에 위치하고 있어 `운리단길`로 불리는 곳이다.

이 길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경리단길`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누가 명명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맛 집과 특이한 카페들이 하나 둘 입점하면서 마치 서울의 경리단길과 흡사하다 해서 붙여졌다.

특히 이곳은 희귀한 고가구와 도자기 등이 전시된 공방 등이 자리하고 있어 서울의 인사동거리 느낌도 풍긴다.

고전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상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소소한 추억을 남기며 둘러 볼 수 있는 매력 있는 청주의 새로운 문화의 거리가 탄생한 것이다.

이 거리는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흥덕초등학교를 거쳐 운천신봉동주민센터를 잇는 700m 구간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

인근에 청주예술의전당이 있고, 청주고인쇄박물관과 금속활자 전수교육관, 근현대 인쇄전시관 등이 위치한 직지문화 특구와 인접해 있어 청주시 고유의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도 제격이다.

또 가을이면 은행나무 가로수가 거리를 온통 노랗게 물들여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그만이다.

개인 SNS와 블로그 등에서 운리단길은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운리단길이 시작되는 청주고인쇄 박물관 옆에는 양병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샛길이 있다.

또 샛길 옆에는 흥덕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교가 인근에 위치해 있는 운리단길에는 예쁜 문구점 간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들 문구점에는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다양한 뽑기 기계와 학용품들, 장난감들을 볼 수 있어 이곳을 찾으면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도 있다.

흥덕초등학교 옆 대형벽화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미술관은 미술작품들과 옛날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한 눈에 봐도 오래 돼 보이는 도자기와 접시들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곳 대표가 직접 수집한 것도 있고,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들도 있다 하니 작은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희귀한 골동품들로 가득하다.

작은 미술관에서는 마음에 드는 작품은 구매도 가능하다.

작은 미술관 옆에는 서각원도 위치해 있어 서예 과정을 한 눈에 볼 수도 있다.

인근에는 유림필방이란 곳이 있다.

유림필방은 서예용품 전문점으로 붓과 먹물, 벼루 등을 비롯해 서예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도 볼 수 있다.

붓과 많은 종류의 화선지들로 공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유림필방 덕분에 서울의 인사동과 같은 전통문화 거리의 느낌도 든다.

`내가 걸어가는 거리의 풍경은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인데 기억 속에서 아른거릴 뿐 생각이 나지 않네` 라고 적힌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에는 또 아기자기한 글씨체가 발길을 멈추게 하는 캘리그라피 공방도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글담 캘리그라피 공방에는 예쁜 글씨로 만들어진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람들의 개성이 다른 것처럼 이곳 공방 수강생들은 각기 다른 글씨체로 자신의 감성과 생각을 글씨에 담아내고 있다.

글담은 `글씨에 감성을 담다`라는 말과 함께 `글씨로 사람 사이의 담을 없애다`라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핫 플레이스답게 유명세를 타는 맛 집들도 여럿 있다.

이들 맛집은 SNS와 블로그 등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어 점심시간대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빵이나 커피 등 다양한 디저트를 파는 상가와, 찌고 굽는다는 떡집도, 플라워 떡 케이크 가게도 볼 수 있었다.

달달한 마카롱을 먹고 싶을 때면 찾아가기 좋은 곳도 있다.

운리단길은 입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예술 작품도 만날 수 있는 이곳만의 차별화된 특색도 있다.

다양한 조형 작품들이 연구원 밖에 설치돼 있는 탑조형 연구원이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황금 개구리는 2층에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이곳은 직지특구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자치단체의 지원은 덤이다.

청주시는 오는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청주 직지문화 특구에서 열리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2018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을 앞두고 특구 인근 낡은 인도를 산뜻한 새 보도블록으로 단장 중이다.

운리단길은 매장 임대료 부담이 적어 젊은 사장님들이 과감히 창업에 나서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됐다.

이곳 주민들도 이 거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새로운 매장들의 개점을 반기고 있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맛 집과 이색 카페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대리점도 개업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 상인들이 청춘을 담보로 꿈을 키우고 있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청주시 관계자는 "운리단길은 청주시가 조성에 나선 것이 아니고 젊은 상인들이 저렴한 임대료 등을 이유로 특색 있는 카페 등을 개점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골목길"이라면서 "떠오르고 있는 핫 플레이스 운리단길이 구도심 골목 상권 활성화의 해법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주직지특구는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일대에 지정된 지역 발전을 위한 특별 구역을 말한다.

정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7년 7월 청주고인쇄박물관을 중심으로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일대를 청주직지문화특구로 지정했다.

이에 청주시는 청주직지문화특구를 기록·인쇄·문화의 중심지로 개발하고 문화의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직지특구에는 청주고인쇄 박물관, 근현대 인쇄전시관, 직지주조전수관 등이 있다. 김진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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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카페. 사진=김진로 기자
이색카페. 사진=김진로 기자
맛집. 사진=김진로 기자
맛집. 사진=김진로 기자
글담 캘리그라피 내부 전경. 사진=청주시 제공
글담 캘리그라피 내부 전경. 사진=청주시 제공
유림필방 내부 전경. 사진=청주시 제공
유림필방 내부 전경. 사진=청주시 제공
작은미술관. 사진=김진로 기자
작은미술관. 사진=김진로 기자
흥덕초등학교 앞 문방구. 사진=김진로 기자
흥덕초등학교 앞 문방구. 사진=김진로 기자
청주 운리단길 전경. 사진=김진로 기자
청주 운리단길 전경. 사진=김진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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