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칼럼] 당신의 선입견은 무엇입니까

대부분의 치과의사는 일 년에 두 번 이상의 구강검진을 권한다. 치과에서 환자를 만나다 보면 1년 이상 오랫동안 치과 검진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여러 사정과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수년간 치과에 오지 못하는 많은 분들의 가장 큰 원인이 `치과 공포`라는 것은 놀랍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서 치과에 대한 공포가 `선입견`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십 수년전, 유치원생이었던 아들 녀석이 집에 걸려 있던 결혼사진을 보고 바로 옆에 내가 있는데 엄마한테 귓속말로 `엄마 그런데 엄마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라고 물었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다. 모임에서 10년 만에 우연히 만나 함께 떠들었던 대학 동기 녀석이 다른 친구들은 다 아는, 자기만 모르는 내가 도대체 누구일까, 떠들던 두 시간 내내 끙끙 앓았다고 나중에 토로한 적이 있기도 하다. 고작 몸무게만 좀 변했을 뿐인데 그렇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사실은 10년 만에 만난, 6년 넘게 한 교실에서 생활했던, 대학친구들은 나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데 고작 3년 고등학교 같이 다녔던, 그것도 다른 반이었던 동기들은 수 십 년이 지나 만나도 알아본다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에 경험한 선입견이다.

치과에 있다 보면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선입견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아프지 않을 거야` 라고 책임질 수 없는 거짓말로 아이를 진료의자에 앉히고 결국 치과는 믿지 못할 곳, 아프지 않다고 하고는 결국 아픈 곳, 배신과 거짓의 공간이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린 시절의 불신은 오랜 기간 기억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치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치과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고 결국 치과 공포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우선 엄마 아빠가 갖고 있는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 아이가 처음 치과에 왔을 때 말을 알아듣는다면, 느낌이 좋지 않거나 아플 수 있다고 충분히 설명해주고 의료진이 가능한 한 치료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른이 된 우리들도 말은 하기 힘들지만 어릴 적의 공포가 선입견이 돼 표현은 못하지만 힘들 때가 있지 않는가. 긴 시간 임플란트 수술을 마친 많은 환자들이 수술한 곳은 하나도 아프지 않은데 긴장해서 목이 뻣뻣하고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선입견 탓에 긴장한 탓이다. 지나친 긴장은 예후에도 좋지 않다.

아이들에게는 선입견을 주지 말자. `말 안 들으면 치과 갈거야`, `선생님께 아프게 치료해 달라고 할거야`라는 등의 말 때문에 어느새 치과의사는 아이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된다. 치과는 벌주는 곳이 아니다.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 치료해 주는 곳이다. `초콜릿 먹으면 안 돼`라기 보다는 `초콜릿 맛있지, 하지만 먹고 난 다음에는 꼭 입을 충분히 헹궈야 해. 그리고 너무 많이 먹는 건 몸에도 좋지 않아` 라고 말해보자. 진형철 대전임마누엘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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