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신호철 기자
사진 = 신호철 기자
22일 오전 11시 대전 동구 인동 둑 근처, 허름한 건물 한편에 `동화극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극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입구에는 매표소를 지키는 이 하나 없다. 시간의 시작을 알 수 없는 몇 개의 간판과 허름한 포스터만이 극장의 의미를 말해준다.

입구로 들어가자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출입구라고 쓰인 철문을 열어야 비로소 영화관이 등장했다.

이 곳 동화극장은 대전에 남은 마지막 옛 영화관이다. 35년째 이 곳을 지키는 심종순(84)씨도 이 극장의 시작을 모른다. 다만 오영근 동양백화점 전 회장이 이 건물을 팔고 백화점을 지었다고 했다.

영사실에서 필름 영사기를 돌려 영화를 상영했던 극장은 이제 CD로 성인영화를 전문으로 틀어주는 상영관으로 바뀌었다.

5000원을 내면 난로가 피어오르는 객석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고물 커피자판기에서 공짜로 제공되는 믹스커피는 덤이다.

매표소나 휴게실은 따로 없다. 난로 옆 모여있는 소파가 매표소이자 휴게실이다. 이 곳의 손님과 흔적들은 모두 극장과 함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다.

심씨는 "예전에는 필름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나이 먹고 갈데 없는 노인들이나 오는 영화관이 되었다"며 "놀러 오던 친구들도 다 저 세상으로 가버리고 이제는 홀로 남아 이 곳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극장이 사라지면 이제 대전의 옛 극장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1970년대 17개에 달했던 대전의 극장은 이제 모두 자취를 감췄다. 성보, 자유, 대전, 중앙 극장 등은 이제 모두 옛 이름이 됐다.

동구 중동에 위치했던 신도극장은 무인텔이 됐고 동구 신안동 고려극장은 한 유통회사의 창고로 변모했다. 중동의 동보극장만이 명백을 이어받아 2007년부터 대전 아트시네마가 운영 중이다.

강민구 대전 아트시네마 대표는 "1982년 300석 이하 객석의 극장이 허가 없이 문을 열 수 있게 공연법이 개정되면서 은행동을 중심으로 여러 소극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기면서 이런 소극장들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 둘씩 사라진 옛 극장에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중동 주민 김성영(63)씨는 "젊은 시절 친구들과 설렘을 안고 찾았던 극장의 모습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며 "남은 곳 만이라도 역사를 추억할 수 있는 곳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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