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회장은 급류로 공사에 어려움을 겪자 해체해서 고철로 쓰기위해 울산에 정박시켜 놓았던 23만t급 스웨덴 고철선 `웨터베이 호`를 이곳으로 끌어와 방조제 사이를 막아 공사를 마무리했다.
사진=대전일보 DB
정주영 회장은 급류로 공사에 어려움을 겪자 해체해서 고철로 쓰기위해 울산에 정박시켜 놓았던 23만t급 스웨덴 고철선 `웨터베이 호`를 이곳으로 끌어와 방조제 사이를 막아 공사를 마무리했다. 사진=대전일보 DB
[서산]우리나라 전체 쌀 생산량의 1%를 육박하는 천수만AB지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은 책이 발간, 향토사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서산문화원 부설 서산향토문화연구소는 `서산간척지(AB지구) 어제와 오늘`을 발간해 천수만의 역사적 가치와 천수만AB지구의 태동, 이로 인한 자연생태계 변화, 피해 주민들의 갈등 등과 함께 관련 사진을 함께 실었다.

중요부분의 고증을 위한 현지 주민들의 인터뷰 내용을 실어 생동감을 줬다.

이 책에 따르면 천수만은 중국과의 인적 교류가 이뤄졌기 때문에 해미면 산수리에 안흥정을 지어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등 해양문화교류의 관문 역할을 했고, 군사적 요충지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소금을 생산하는 곳을 `벗`이라고 하는데 현재 천수만 B지구 적돌만 일대는 가장골벗, 고두리벗, 진둠벙벗, 사양골벗 등이 있었고, 천수만 A지구인 간월호 주변은 많은 벗이 있는 등 중요한 소금 생산기지였다.

천수만 간척사업은 국토를 넓혀 식량을 생산하겠다는 정부의 생각과 해외에 나가 있는 건설 장비의 철수에 따른 활용 방안을 고민하던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의 생각이 일치하면서 1982년 4월 공사를 착공, 1995년 8월 최종 준공 됐다.

조수간만의 차로 난항을 겪던 물막이 공사에 폐유조선을 활용해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유조선 공법(Very Large Crude Carrier·일명 정주영 공법)을 만들어낸 현장이고, 1998년 6월 정 회장이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은 이른바 `소떼 방북`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중심지였다.

태안군 남면 당암리와 서산시 부석면 창리, 홍성군 서부면 궁리 등 3개 시·군에 걸쳐 조성된 천수만 AB지구는 당시 6500여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갔으며, 연간 쌀 생산계획은 5만 4000t(쌀 68가마니)로 50만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천수만과 인접한 농토는 지대가 낮아 장마철 저지대는 논밭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으나 AB지구 방조제가 축조되면서 완전히 해소 됐다.

다만 바닷물이 막혀 민물장어, 참게 등 서민들이 잡아서 항상 즐겨먹던 민물어종이 자취를 감췄으나 대규모 농경지가 생기면서 200여종의 철새가 모여들어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고 이 책은 설명했다.

서산문화원은 26일 서산시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이 책의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서산향토문화 박성호 연구소장은 "서해안의 지도를 바꿔놓은 천수만 AB지구 간척사업은 국가의 식량증산이라는 대명제하에 추진한 사업이지만 추진 과정에서 지역민과 시공업체 간에 갈등이 심화돼 농어민 저항운동이 장기간 전개됐다"며 "간척사업 이전의 아름답고 풍요롭던 천수만의 옛날을 추억하면서 이를 사실적이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겨 향후 향토사 연구에 참고자료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이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관희·박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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