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족보행 도마뱀을 복원한 이미지. 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이족보행 도마뱀을 복원한 이미지. 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도마뱀은 평소 네 발로 걷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떤 도마뱀들은 특수한 상황에서 두 발로 달릴 수 있다. 도마뱀 화석보존 사례가 드물고, 생존 당시 이족보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언제부터 뒷다리로 달리는 능력을 진화시켰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같은 의문을 풀 실마리를 국내 공룡연구가가 제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지질박물관 이항재 연구원과 연구팀은 2004년 경남 하동군 하동화력발전소 인근에서 가로 약 70㎝, 세로 약 30㎝의 이암 블록 표면에 보존된 도마뱀 발자국을 발견했다. 연구과정에서 발자국이 사족보행보다 이족보행 패턴에 일치함이 발견됐다. 도마뱀의 이족보행은 이동 속도를 가속하며, 상체를 들어 올려 빨리 달릴 때 나타난다.

이항재 연구원은 "화석 뒷발자국의 길이는 평균 2㎝ 정도에 불과해, 꼬리를 제외한 몸통 길이가 약 6.8㎝의 작은 도마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일한 화석지에서 함께 발견됐던 소형 익룡 발자국과 수많은 수각류 공룡 발자국은 이 도마뱀이 두 발로 황급히 달아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짐작케 한다"고 밝혔다.

이항재 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논문 `1억 1000만년 전 도마뱀은 두 발로 달렸다(Lizard ran bipedally 110 million years ago)`를 온라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지난 15일자로 게재했다.

이번에 발표된 도마뱀 발자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발자국과 구별되는 새로운 해부학적 특징 때문에 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Sauripes hadongensis)라는 새로운 속명과 종명을 얻게 됐다. 사우리페스(Sauripes)는 고대 그리스어 `sauros(도마뱀)`와 `pes(발)`의 합성어고, 종명 하동엔시스(hadongensis)는 화석이 발견된 경남 하동군의 지명을 따온 것이다. 이곳은 1억 2700만년에서 1억 1000만년 전 사이 형성된 지층으로 공룡과 익룡, 악어, 거북 등 다양한 척추동물 화석이 산출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신중호 원장은 "비록 작은 도마뱀 발자국에 대한 연구이지만, 척추동물 진화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논문에는 이항재 연구원이 제1저자로,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융남 교수(교신저자)를 비롯해 미국 페롯자연과학박물관 부관장 안토니오 피오릴로 박사(A. Fiorillo), 중국지질과학원 루 준창 박사(L. Junchang)가 참여했다.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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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서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과 도면. 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경남 하동서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 화석과 도면. 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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