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평형은 전정계, 시각계, 체성감각계 3자간의 조화에 의해 유지되는데, 이들의 조화가 깨지면 현기증 및 평형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특히 내이에 위치하고 있는 전정계는 신체평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전정신경은 말초전정계라고 불리는 전정 및 세반고리관의 평형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전정신경염은 갑작스럽게 한쪽 귀의 전정신경 기능이 일부 또는 완전히 없어지는 병이며, 전체적으로는 어지러움 질환들 중 이석증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질환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전정신경염에서는 그 원인을 찾기가 어렵지만, 아마도 발병 수 일에서 수 주 전에 상기도 감염의 병력이 흔하다는 점이나 환절기에 유행성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주요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내이나 전정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분지의 막힘으로 인한 혈액순환 부전도 주 된 원인의 하나로 생각된다. 주로 다른 어지러움 질환에 비해 비교적 젊은 연령대인 30-40세 연령층에게서 호발하며, 남녀 차이는 없다.

대개 갑자기 시작되며, 대부분의 환자들이 주로 아침에 눈을 뜰 때 어지러움을 자각하거나 또는 새벽에 어지러움으로 잠을 깨는 경우가 많다. 어지러움은 회전성 즉, 자신이 한 방향으로 계속 돌고 있다거나 혹은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빙빙 돌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점차 심해져 발생 24시간 내에 어지러움 증상은 최고조에 달한다. 일부 환자들은 몸이 한쪽으로 쓰러지려 하거나 술에 만취한 느낌이라는 등 다양하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눈을 감으면 편해지고, 머리를 움직이면 증상이 심해진다는 소견은 공통적이다. 처음에는 죽을 것 같이 심한 어지러움이지만 대개 1주 이내에 경감되며, 일부는 2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드물게는 이명, 귀 먹먹함 등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난청 등 청력장애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

갑작스런 어지러움을 경험하는 환자들은 매우 당황스럽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일단 안정을 찾도록 조용한 환경에서 진정시키고 어지러움증이나 구토 등을 가라앉히는 약을 투여한다. 심한 구토로 탈수가 되지 않도록 조치하면서 문진과 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으로 인한 어지러움 질환을 감별하게 된다. 돌발성 난청이나 청신경종, 소뇌혈관장애, 양성발작성두위현훈 등 일부 특정 질환들은 유사한 어지러움을 일으키지만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청력검사, 전정기능검사, 신경학적검사, 측두골 CT 및 뇌 MRI 등을 시행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장기능검사, 혈액검사, 내분비검사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또한 심한 어지러움이 경감되면 안정보다는 적극적인 전정재활운동을 시작, 중추신경의 자극을 통한 전정신경기능의 보상을 유도하는 것이 더 빠른 회복과 완전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많은 환자들은 어느 정도 어지러움이 소실된 후에도 심한 어지러움이 재발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진정제(전정억제제)나 이와 유사한 약제를 지속적으로 투여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는 당장의 불편함은 감소시키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환자의 적응을 저해시킬 수 있으므로, 심한 어지러움이 경감되면 조기에 중단하는 것이 좋다. 이종빈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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